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150조원을 투자하는 국민성장펀드가 11일 공식 출범했다. 펀드 운용 전략과 재원 배분을 논의할 민관 합동 전략위원회에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합류했다. 정부는 국가 AI 데이터센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등 첨단 전략산업과 관련 생태계를 폭넓게 지원하고 150조원 중 40%를 지방에 배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본지 12월 6일자 A1, 3면 참조 ◇AI 30조원, 반도체에 21조원
금융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국민성장펀드 출범식 및 제1차 전략위원회’를 열고 향후 투자 구조와 의사결정 체계를 공개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보증채권 75조원과 민간자금 75조원을 합쳐 15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이 자금은 AI,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첨단 전략산업과 관련 생태계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향후 5년간 AI(30조원), 반도체(20조9000억원), 모빌리티(15조4000억원), 바이오·백신(11조6000억원), 2차전지(7조9000억원) 등에 민관 자금을 배분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체 자금의 40% 이상은 지역에 할당하기로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세계가 생존을 건 산업·기술 패권전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시기”라며 “향후 20년 성장엔진을 마련하는 국민성장펀드의 여정을 금융권, 산업계, 정부가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성장펀드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의사 결정 단계마다 금융·산업계 전문가가 참여한다. 민관 공동위원장에 이 위원장과 함께 박 회장, 서 회장의 이름을 올린 이유다. 박 회장은 “150조원 국민성장펀드는 AI, 로봇, 반도체, 바이오, 인프라 등 기업 성장의 초석이자 창업을 춤추게 할 마중물”이라고 평가했다. 서 회장 역시 “국민성장펀드는 성장 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성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국가 프로젝트”라며 “민간에서 축적한 경험, 데이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국가전략으로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 등이 실질적으로 나타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병헌 지방시대위원회 ‘5극3특’ 특위 위원장,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 등 지역·청년·산업계 인사들도 위원회에 합류했다. ◇국민참여형 펀드도 조성업계에서는 전례 없는 규모로 꾸려진 국민성장펀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망 투자처를 발굴하는 선구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위원장 역시 “150조원 국민성장펀드와 53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등 압도적 숫자에 걸맞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150조원 가운데 15조원을 시장성 차입, 저리 대출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이나 대규모 공장 증설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의 증자에 참여하는 직접투자 형태로 쓰기로 했다. 기업이 투자자금 유치에 나설 경우 민간자금과 기금이 지분투자자로 공동 참여한다. 산은이 주도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직접 지분 투자에 나서 기술기업을 인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첨단전략기금과 은행, 연기금, 퇴직연금 등 민간 자금을 합쳐 대규모 펀드도 조성할 예정이다.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국민참여형 펀드를 조성해 과실을 함께 나누도록 하는 게 목표다. 첨단산업 유망 기술기업 등에 10년 이상 장기간 투자하도록 하는 ‘초장기 기술투자펀드’도 신설한다.
전력망·발전·용수시설 등 인프라 구축사업(50조원)도 국민성장펀드의 주요 투자처다. 그중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집단에너지 발전사업, 전남 해남 국가 AI컴퓨팅센터, 반도체 폐수 재이용 사업 등이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 후보로 올라 있다.
정부는 또한 대규모 설비투자, 연구개발(R&D) 등에 쓰일 자금을 위해 연 2~3%대 국고채 수준의 초저금리 대출(50조원)에 나선다.
박재원/신연수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