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철도 차량 조달 등에서 지나친 저가 입찰 안 돼"

입력 2025-12-11 16:27
수정 2025-12-11 17:10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백승보 조달청장에게 “(정부 조달 과정에서) 지나친 저가 입찰이 되지 않게 하는 것도 연구해야 할 것 같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획재정부 및 산하기관 업무보고회에서 “너무 가격 경쟁 만능이다 보니까 부실 업체들이 최근 철도 (차량) 관련해서 (수주한다는) 그런 얘기들이 얼핏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너무 저가에만 중점을 두지 않고, 기타 요소를 좀 감안했으면 좋겠다”며 “조달에 있어서 그런 걸 좀 고려해주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또 “정부 조달에서 국내 기업을 우대한 제품이냐, 아니면 소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하는 기업 것이냐, 노동자나 납품업체 등에 대해 가혹하게 대했느냐도 평가 대상에 넣으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저가 입찰제로 지하철이나 고속철도 열차를 선정하는 구조를 시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하면 저가 수주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해 연구개발(R&D) 투자에 투입할 자금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저가 낙찰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기업은 기술력이 높고 국내 부품업체 위주로 공급망을 구성한 현대로템이다. 이 기업은 중국 등 다른 국가와 손잡고 저가로 입찰한 다른 국내 철도업체에 밀려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많다. 이 대통령의 지시대로 종합심사평가낙찰제 등으로 입찰제가 바뀌면 현대로템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백 청장은 “국가나 지방 계약에 있어서 최저가를 적용하는 경우는 없다”며 “가격과 그 외 실적, 다른 요소를 같이 평가해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백 청장이 언급한 내용은 300억원 이상의 대형 공사, 건설, 용역에 적용되는 종합심사평가낙찰제를 의미한다. 이 대통령이 거론한 철도 차량은 국가계약법상 물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최저가 낙찰제를 강요받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이런 점을 세밀하게 보강하고 계속 체크해야 한다”며 “한 번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거기에 적응해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좋은 제도를 만들었다고 방치하지 말고 끊임없이 체크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달 관련 부패는 절대 용납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백 청장은 “ESG나 환경 관련 부분은 특별히 보완이 필요해 신경 쓰고 있다”고 답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