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뉴프런티어 (27)] 이노보테라퓨틱스 "신약 발굴 속도·효율성 높인 AI 솔루션 보유…합성신약 최강자 되겠다"

입력 2025-12-16 15:07
수정 2025-12-22 15:41


“오랜 신약 연구 경험에 인공지능(AI)을 입혀 면역질환, 염증질환, 암 등 인류가 아직 극복하지 못한 질병을 완치하는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박희동 이노보테라퓨틱스 대표는 최근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대전 연구소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올해로 설립 6년차인 이노보테라퓨틱스는 합성신약 전문 바이오텍이다. 설립 초기부터 독자적으로 구축한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합성신약을 개발 중이다. 박 대표는 “기존 신약 AI 플랫폼들에 비해 훨씬 효율적이고 빠르게 최적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현재 4개의 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 1개의 항암 후보물질, 3개의 대사질환 후보물질을 보유 중이다. 흉터 치료제 ‘INV-001’은 임상 3상,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INV-101’은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박 대표는 “3년 내에 파이프라인 가운데 1개 이상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설립 10년만에 자립 기반을 갖춘 신약 바이오텍의 성공사례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어벤져스들의 반란…LG에서 못이룬 꿈 이루겠다”이노보테라퓨틱스는 LG화학에서 합성신약을 연구하던 6명이 의기투합해 세운 바이오텍이다. LG그룹의 신약 개발 계열사였던 LG생명과학이 2017년 LG화학에 합병된 이후, 신약 연구개발(R&D) 조직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합성신약 연구 프로젝트가 크게 위축된 것이 출발점이었다. 당시 LG화학은 합성신약 분야의 연구 규모를 대폭 조정하는 대신, 세포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으로 연구개발의 중심축을 옮겼다.

LG화학 신약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박 대표가 총대를 맸다. 그는 30년 동안 LG생명과학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를 받은 한국 1호 신약인 항생제 ‘팩티브’, LG화학의 효자 상품인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등의 개발에 주축을 담당했던 합성신약 개발의 베테랑 연구자다. 박 대표는 “LG에서 오랫동안 쌓은 합성신약 연구개발 자산을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다”며 “합성신약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서 꿈을 이뤄보자는 각오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2019년 3월 설립된 이노보테라퓨틱스가 신약 개발사로 본격적으로 가동된 건 2000년 1월이다. 대전 연구소가 세워지고 6인의 창업멤버들이 모두 합류하면서다. 박 대표의 전임자로 LG화학 신약연구소장을 지냈던 임동철 연구소장, LG화학 생명과학부문 경영전략팀장을 지냈던 정종근 CSO(최고전략책임자), 의약화학 부문을 이끌고 있는 최세현 이사, 약리학 부문을 맡고 있는 박정규 이사, 타깃 발굴 업무를 하는 김태훈 이사는 박 대표와 LG화학에 함께 근무했던 창업멤버들이다.

6인의 창업멤버는 LG화학에서 합성신약 개발을 주도했다. LG화학이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인 통풍 신약 ‘티굴릭소스타트’, 지난해 1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3억5000만달러에 기술수출한 희귀 유전성 비만증 치료 신약 ‘LB54640’도 이노보 창업멤버들의 손을 거쳐 개발된 후보물질들이다.

이노보테라퓨틱스 창업은 바이오 업계에 화제가 됐다. 벤처캐피털들이 앞다퉈 종잣돈을 댔다. 설립 첫해인 2019년 12월 마무리한 시리즈A 투자 유치에서 100억원을 조달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 SV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바이오 투자 혹한기였던 2021년에도 300억원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노보테라퓨틱스의 최대 강점은 약물 발굴부터 신약 허가까지 신약 개발의 모든 과정을 경험한 베테랑들이 주축이라는 점이다. 박 대표는 “합성, 약리, 모델링 등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다 모여 있다”며 “세계 최고의 합성신약 바이오텍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신약 개발 경험과 AI의 융합…R&D 효율·속도↑”이노보테라퓨틱스의 핵심 기술은 AI 신약 플랫폼 ‘딥제마(DeepZema)’다. 아직 스타트업 수준인 이 회사가 임상 단계에 올려놓을 만한 유력 후보물질을 1년에 1개 이상 발굴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다.

딥제마는 임 연구소장의 작품이다. 임 연구소장은 KAIST에서 유기화학 석사, 미국 예일대에서 계산화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신약 개발 소프트웨어 업체인 슈뢰딩거에서 3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정보기술(IT) 분야까지 섭렵했다.

임 연구소장은 “LG화학에서 퇴직한 후 컨설팅 일을 하면서 신약 연구 프로세스를 밑바닥부터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며 “연구원들이 현장에서 흔히 갖게 되는 의문과 궁금증을 쉽게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개발해보자고 한 게 딥제마였다”고 했다.

임 연구소장이 천착했던 지점은 약물합성을 연구하는 일선 연구원들이 늘상 갖게 되는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그는 “필드에서 연구하다보면 A라는 약물이 어떤 기전으로 효능을 내는지를 이론적으로 알기 어려워 애를 먹는 일이 많다”며 “AI로 이런 궁금증을 풀어줘 연구개발의 효율을 높여보자는 게 딥제마를 개발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딥제마는 인실리코메디신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개발한 신약 인공지능(AI) 솔루션과는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기존 생성형 AI 기반 신약 설계 플랫폼들은 딥러닝 기술 등을 활용해 화학 분자 구조를 처음부터 생성하는 방식을 쓴다. 빅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을 통해 표적 단백질에 최적화된 약물 후보를 대량으로 만들어내고, ADMET(흡수·분포·대사·배설·독성) 특성까지 동시에 최적화한다. 다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의약화학자의 경험과 직관이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건 한계로 지적된다.

딥제마는 의약화학 전공 연구자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한 플랫폼이다. 기존 의약화학 기법으로 설계된 분자 구조를 출발점으로 삼아 생성형 AI 기반 단백질?리간드 공동 접힘 분석과 ADMET 예측을 거쳐 합성 후보물질을 도출한다.

두 접근 방식 모두 설계?합성?시험?분석(DMTA) 사이클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어떤 솔루션을 활용할 것인지 가르는 기준은 연구 환경과 전략에 달렸다. 설계된 화합물을 외부에 위탁해서 합성하는 경우에는 대량 생성과 자동화가 강점인 전통적 생성형 AI 방식이 유리할 수 있다. 직접 합성을 수행하는 연구 조직에서는 딥제마 방식이 효율적이다.

딥제마는 약물 설계의 주체를 AI가 아닌 연구원으로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AI가 무작위로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대신 현장 연구원이 활성, 독성 등 약물 특성을 고려해 AI에 구체적인 조건과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임 연구소장은 “실험을 직접 수행하는 연구원이 조건을 조정해가며 AI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최적의 약물을 찾는 사이클이 훨씬 빨라질 수 있다”며 “이노보테라퓨틱스는 국내 최고 수준의 의약화학 연구진이 포진하고 있어 딥제마 같은 합성 연구자 주도의 생성형 AI 활용이 더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했다.

딥제마의 또다른 강점은 웹 기반 솔루션이라는 점이다. 연구자 모두가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만 있으면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디자인하고 합성한 물질들에 대한 평가를 실시간으로 조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다. 임 연구소장은 “오랜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직장 동료는 물론 합성 연구자, 약리 연구자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평가와 조언을 받으면서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다른 신약 AI에는 없는 딥제마 만의 차별점”이라고 했다.

실제 딥제마의 성능은 파워풀하다. 이노보테라퓨틱스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연구 중인 ‘INV-010’은 딥제마를 이용해 불과 5개월 만에 선도물질을 발굴했다.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다른 신약 AI 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흉터·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동시다발 임상”이노보테라퓨틱스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흉터 치료제 후보물질인 INV-001이다. 임상 2상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3상 시험 승인 심사를 받고 있다.

INV-001은 딥제마로 도출된 약물재창출 사례다. 콜라겐 생성에 필수적인 단백질인 HSP47을 저해하는 약물이다. 콜라겐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흉터가 생기게 되는데, HSP47의 기능이 떨어지면 수술이나 외상으로 생기는 흉터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

임상 2상은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갑상선 절제술을 받은 후 상처 크기가 3㎝ 이상인 7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1차 지표는 흉터 상태를 주관적 및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표준지표인 POSAS 점수로 잡았다. 환자들은 갑상선 절제술 후 14일 이내에 무작위로 배정돼 12주 동안 INV-001을 하루 2번 수술 부위에 바르고, 12주 차에 POSAS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고용량(농도 2%) 치료군에서 위약군보다 흉터가 24.5% 더 감소했다.

박 대표는 "흉터를 근본적으로 낫게 하는 치료제가 상용화된 사례는 아직 없다"며 "INV-001이 효능은 물론 안전성까지 입증된 만큼 세계 최초 흉터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INV-101은 차세대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TNF-α 등을 타깃하는 기존 항체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게 목표다. 박 대표는 "항체 치료제는 6개월 이상 사용하면 중화항체가 생겨 더이상 약효를 내지 못하게 된다"며 "장기치료 시 효능 저하는 물론 심각한 부작용을 갖고 있는 항체 치료제를 대체하는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INV-101은 우리 몸을 공격하는 면역세포가 힘빠지게 만들어 질환을 치료하는 기전으로 작동한다. 글리코겐 포스포릴레이스(PYG) 효소를 타깃한다. PYG는 세포 내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핵심적인 효소다.

INV-101은 PYG를 저해해 면역세포의 대사 리프로그래밍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면역세포 매개 염증반응을 조절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전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2상 시험 승인을 받았다. 박 대표는 "기존 치료제 대비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임상 1상에서 확인됐다"며 "미국 현지에서 임상시험을 함께 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INV-101과는 다른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INV-008'도 개발 중이다. 내년 중 FDA에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INV-008은 15-PGDH 저해제다. 15-PGDH는 염증, 통증, 세포증식에 관여하는 PGE2 같은 프로스타글란딘을 산화시켜 비활성화한다. PGE2는 EP4와 결합해 IL-33, YAP 발현을 증가시켜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촉진한다. 박 대표는 "계열내 최초 혁신신약으로 개발 중"이라며 "근감소증, 골수 및 폐 섬유증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ADC 등으로 영역 확장…내년 IPO 추진”이노보테라퓨틱스는 연구개발을 본격화하고 4년 만에 10개의 R&D 과제를 발굴했다. 국가R&D사업에 선정된 연구 프로젝트도 10건에 이른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국가R&D과제로 지원받은 연구비는 100억원에 이른다"며 "딥제마 등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에 속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했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차세대 항암제 시장으로 꼽히며 갈수록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ADC 시장에도 진출했다. 2024년 12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ADC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이노보테라퓨틱스가 리가켐바이오에 페이로드를 제공하는 기술이전이었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리가켐바이오와 공동연구 중인 물질을 독자적인 파이프라인으로도 개발 중이다. 'INV-010'이 그것이다. 암세포 대사 및 성장과 관련된 NMT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암세포의 증식을 막고 자연사를 유도하는 기전으로 작동한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화장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 3월 말 여성 탈모 기능성 화장품 '모티풀'을 출시했다. 국내는 물론 아마존 등에서도 판매 중이다. 탈모 관련 유전자 287개 가운데 3개를 찾아서 모티풀에 넣었다. 환자 49명을 대상으로 포토트리코그램 진단법으로 6개월간의 탈모 인체적용 시험을 실시했다. 모티풀 적용 환자 95.6%의 모발이 촘촘해졌고, 환자 전원의 모발이 굵어지는 효과를 냈다.

박 대표는 "모티풀은 30년 연구개발의 경험을 토대로 개발해낸 탈모 화장품"이라며 "아직까지 마땅한 선택지가 없는 여성 탈모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내년 기업공개(IPO)가 목표다. 현재 추진 중인 기술수출 계약이 성사되면 기술성평가를 거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매년 10개의 연구과제, 임상과제를 진행하는 바이오벤처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합성신약 연구 노하우와 AI를 토대로 초고속 합성신약 연구개발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했다.

박영태 바이오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