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조직인 미래차플랫폼(AVP) 본부에 이어 완성차 개발을 총괄하는 연구개발(R&D)본부의 수장을 교체한다. 후임으로는 포르쉐와 BMW 출신의 만프레드 하러 제네시스&성능개발담당 부사장(사진)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외국인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CEO(최고경영자)로 선임한 데 이어 자동차 개발을 총괄하는 R&D 본부장(사장)까지 외국인에게 맡기는 파격 인사이다. 연구개발의 양대 축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수장을 동시에 교체해 미래 모빌리티 기술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11일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 등에 따르면 양희원 현대차·기아 R&D 본부장(사장)은 이날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주요 임원들에게 퇴임 소식을 전했다. 퇴임식은 오는 15일 남양연구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양 본부장의 후임으로 하러 부사장이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러 부사장은 25년 간 아우디, BMW, 포르쉐 등에서 섀시와 소프트웨어 등 핵심 개발을 총괄한 인물이다.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프로젝트(애플카)를 주도하며 IT 업계에도 몸 담았다. 현대차그룹에는 지난해 5월 합류했다. 현대차 R&D본부장은 남양연구소 1만여 명의 연구원을 이끌며 신차 개발과 선행 기술 연구를 총괄하는 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외부 인재 영입을 넘어 현대차의 DNA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담긴 인사”라며 “무뇨스 CEO가 글로벌 경영과 판매를 하러 본부장이 기술과 제품을 책임지는 ‘글로벌 쌍두마차’ 체제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양길성/김보형/신정은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