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병 재테크] 입문편3. 간접투자의 첫걸음
2025년 병장 월급은 150만 원, 여기에 장병내일준비적금 매칭지원금을 포함하면 월 205만 원 수준이 된다. 18개월 복무 시 약 2000만 원의 목돈 마련이 가능해진 환경에서, 국군 장병들의 금융 니즈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불과 4년 전 병장 월급이 60만 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이는 단순한 급여 인상을 넘어 장병들의 재무 설계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 기반 금융 플랫폼의 확산, 그리고 최근 국내외 증시 호황과 맞물려 군 내부에서는 증권 계좌 개설 문의와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밀레니얼+Z) 세대 장병들은 유튜브를 통해 재테크 정보를 접하고, 동기들과 투자 정보를 공유하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시세를 확인한다. 이들에게 군 복무는 더 이상 경제활동의 공백기가 아니다. 오히려 본격적인 사회생활 이전에 금융 지식을 쌓고 투자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골든타임(golden time)’으로 인식되고 있다.
군 복무는 투자의 예행 연습 시기
하지만 투자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장병들에게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는 개별 주식인가, 친구가 권하는 암호화폐인가, 아니면 안전한 은행 예·적금인가. 첫 투자 결정이 향후 수십 년의 투자 습관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올바른 출발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사회초년생인 장병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방식은 ‘간접투자’다. 간접투자란 개별 종목을 직접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운용하는 펀드나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개별 주식 투자는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 분석, 산업 동향 파악 등을 분석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전문성을 요구한다. 현실적으로 군 복무 중에 이를 충분히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리스크 관리다. 충분한 분석 없이 소수 개별 종목에 집중 투자했을 때, 예상치 못한 악재로 인한 손실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반면, 간접투자는 구조적으로 분산투자를 실현한다. ETF나 펀드는 최소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어, 특정 종목의 하락이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전문 운용 인력이 시장을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본업에 집중하면서도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특히 군 복무 기간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투자의 관점에서 ‘예행 연습 시기’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생활비 부담이 적고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이 시기에 투자 경험을 쌓는다면, 전역과 사회 진출 후 복잡한 금융 환경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금액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실패 비용에 대한 부담도 작다. 이 시기의 시행착오는 이후 본격적인 사회생활 및 자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보다 큰 자금으로 투자할 때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값진 자산이 된다.
워런 버핏도 선택한 ETF의 매력
ETF(Exchange Traded Fund)는 거래소에 상장된 펀드로,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ETF의 핵심은 ‘인덱스(지수) 추종’ 전략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RISE 200 ETF’는 한국 대표 200개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를 그대로 따라간다.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매수하면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대표 기업 500곳에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 추종 전략의 효과는 역사적으로 입증돼 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 30년간 연평균 약 1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의 살아 있는 전설, 워런 버핏도 자신이 남기는 현금자산 중 90%를 S&P500 ETF에 투자하라고 유언장에 남긴 일화는 익히 유명하다.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 수익률을 꾸준히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산 증식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ETF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수수료와 거래의 투명성이다. 일반 펀드의 경우 연간 수수료 및 보수가 1~2% 발생하는 반면, 상당수의 ETF는 0.5% 이하다. 30년간 장기 투자 시 1% 수수료 차이는 최종 수익률을 25% 이상 차이 나게 만든다. 게다가 ETF 대부분은 운용역의 판단 개입 없이 지수를 추종하고 실시간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므로 투명성이 확보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전지 등 특정 산업이나 섹터에 집중 투자하는 테마형 ETF, 배당 등 인컴 수익을 추구하는 인컴형 ETF 등 다양한 유형의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투자나 자산관리가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에게 권장하는 전략은 ‘정액 적립식 투자’다.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으로 ETF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주가가 높을 때는 적게, 낮을 때는 많이 매수하게 돼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이러한 ETF 투자의 핵심은 꾸준함과 장기 보유다. 최소 2~3년 이상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일시적인 시장 하락에도 투자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전문가가 대신 운용해주는 액티브 펀드
펀드는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흔히 펀드매니저로 불리는 전문 운용 인력이 관리하는 집합투자 상품이다. ETF와 펀드의 가장 큰 차이는 운용 방식이다. ETF가 특정 지수를 수동적으로 추종하는 ‘패시브(passive) 운용’이라면, 대부분의 펀드는 운용역이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택하고 매매하는 ‘액티브(active) 운용’을 한다. ETF가 시장 평균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면, 펀드는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추구한다.
펀드는 투자 대상과 전략에 따라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등으로 분류되며, 성장형, 배당형, 자산배분형 등 다양한 전략이 존재한다. 또한 국내 자산이냐 해외 자산이냐에 따라서도 구분할 수 있다. 국군 장병이나 사회초년생에게 특히 적합한 것은 ‘적립식 펀드’다.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ETF의 정액 적립식 투자와 같은 원리다.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전문가가 나를 대신해 자금을 운용해준다는 점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펀드 운용역이 현금 비중을 늘리거나 방어적인 종목으로 조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다만 ETF 대비 높은 수수료와 운용역의 역량에 따른 성과 편차는 단점이다. 통계적으로 장기간 시장 평균을 초과하는 펀드는 대략 10~30% 수준에 불과하다.
펀드 선택 시에는 최근 성과뿐만 아니라 3년·5년 수익률을 확인하고, 동일 카테고리 내 다른 펀드들과 비교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운용역의 경력과 운용 철학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지수 ETF 70%·액티브 펀드 30% 추천
많은 투자 전문가들은 ETF와 펀드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권장한다. 예를 들어 자산의 70%는 시장 추종 ETF에 투자해 기반을 마련하고, 30%는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혹은 장기 투자 목적의 핵심 자산은 낮은 수수료의 ETF 및 그 목적에 부합하는 펀드로 구성하고, 단기 기회 포착을 위한 위성 자산은 섹터형 또은 테마형 ETF로 운용할 수도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분산투자’다. 국내와 해외, 주식과 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와 펀드를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을 필요가 있다. 이것이 자산 배분의 핵심이며,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면서도 장기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간접투자의 재테크 효과는 복리와 시간의 결합에서 나온다. 매월 일정 금액을 꾸준히 투자할 경우, 초기 몇 년간은 수익이 미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나면서 복리효과가 본격화되면 원금 대비 수익금의 비율은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20대 초반부터 시작하는 투자는 30대 중반부터 시작하는 투자보다 최종 자산 규모에서 2배 이상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군 복무 기간이 주는 독특한 이점은 ‘강제 장기 투자’ 효과다. 소비 기회가 제한적이고, 투자 계좌를 자주 확인할 시간도 부족하다. 이것이 오히려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투자 원칙을 지키는 훈련이 된다. 역사적으로 글로벌 주식 시장은 단기적으로 30% 이상 하락하는 위기를 수차례 겪었지만, 장기적으로는 항상 회복하고 성장했다. 핵심은 단기 등락에 흔들리지 않고 투자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평생을 좌우하는 투자 습관 형성기
군 복무 기간은 단순히 목돈을 모으는 시기가 아니다. 이 시기는 평생의 투자 습관과 원칙을 형성하는 결정적 단계로 활용할 수 있다. 과거 수많은 투자자를 관찰한 결과, 성공적으로 자산을 증식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일찍 시작했고, 명확한 투자 원칙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20대 초반에 무분별한 레버리지 투자나 고위험 투자로 큰 손실을 경험한 사람은 30대가 돼서는 투자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20대에 소액으로 체계적인 간접투자를 경험하고 복리효과를 실감한 사람은 평생 건전한 투자 습관을 유지한다. 자산 형성기인 20대에 확립한 투자 원칙은 향후 수십 년간 자산관리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이 시기에 확립해야 할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분산투자 원칙이다. 한 자산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자산에 분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ETF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로 이 원칙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 둘째, 장기 투자 원칙이다. 최소 2~3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 군 복무 18개월은 이 원칙을 실천하는 첫 단계가 된다. 셋째, 정기 적립 원칙이다. 시장 타이밍을 맞추려 하지 않고 매월 꾸준히 투자하는 규칙이 필요하다. 넷째, 감정 배제 원칙이다. 시장 급등락에 흔들리지 않는 훈련이 필요하다. 다섯째, 지속적 학습 원칙이다. 금융 상품과 시장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원칙들을 군 복무 기간 동안 확립하고 실천한다면, 이후 투자 환경과 니즈가 더욱 복잡해지는 상황에서도 큰 실패 없이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 원칙 없는 투자는 도박에 가깝지만, 명확한 원칙에 기반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온다. 시장이 급등할 때도, 급락할 때도 자신의 원칙을 지킬 수 있는 투자자만이 최종적으로 승자가 된다.
이 시기에 다양한 투자 상품을 소액으로 경험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ETF 중에서도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광범위 지수형 ETF, 특정 섹터에 집중하는 테마형 ETF, 배당 등을 추구하는 인컴형 ETF 등을 소액씩 투자해보면서 각 상품의 특성을 체감해볼 수 있다. 아울러 펀드 또한 마찬가지로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등을 경험하며 각 상품의 속성과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학습 과정을 거쳐 자신에게 맞는 투자 상품과 투자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시작이 절반…경제적 자유로 가는길
실천 방법은 간단하다. 증권 계좌를 개설하고, 분석에 기반한, 신뢰할 수 있는 ETF나 펀드를 선택한 후,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로 투자하는 것이다. 월 10만 원이든 30만 원이든, 금액의 크기보다 규칙적인 실천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큰 수익을 기대하거나 복잡한 전략을 구사하려 하지 말고, 시장 평균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지수 ETF나 검증된 펀드로 시작하면 충분하다.
투자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적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란 돈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지금 시작하는 월 30만 원 투자가 미래의 실전 투자를 위한 종잣돈이 되고 30년 후에는 그 자유를 선물할 수도 있다.
군 복무 기간은 사회 진출 전 마지막 준비 기간이다. 이 시기에 투자 원칙을 확립하고, 간접투자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으며, 복리효과를 체감한다면, 전역 후에도 흔들림 없이 자산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산 형성의 초기 단계에서 확립한 투자 원칙과 습관은 평생의 재정적 안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월급 인상으로 목돈 마련이 가능해진 지금, 국군 장병들에게는 이전 세대가 누리지 못한 기회가 주어져 있다. ETF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는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오늘의 선택이 10년 후, 20년 후의 경제적 위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지금 바로 첫걸음을 내딛기를 권한다.
안용섭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