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용인 전력 부족하다"…곽노정 "초대형 투자 어렵다"

입력 2025-12-10 17:56
수정 2025-12-11 02:22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주재한 ‘인공지능(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금산분리 완화, 전력 공급, 인재 육성,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강화 등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요청을 쏟아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개별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엔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150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 등은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되는 의미가 큰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소부장 프로젝트가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언급하며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설명한 뒤 “(금산분리) 규제가 개선되면 AI 메모리 반도체 부족에 대응해 선제적, 동시다발적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곽 사장은 “돈을 벌어서 투자하려면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며 “먼저 (투자)해놓고 나중에 벌고, 이렇게 순서를 바꾸는 개념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금산분리 원칙으로 금융 조달에 제한을 가하는 이유는 독점 폐해를 막기 위해서인데, 산업 발전에 저해가 되는 요소”라며 “금산분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 대책을 마련 중인데, 거의 다 (준비)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곽 사장과 전 부회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가동하기 위해 각각 3GW의 추가 전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업인들은 반도체 소부장 기술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도 요청했다. 이준혁 동진쎄미켐 회장은 “연구개발(R&D) 비용을 처리할 수 있는 세금 감면 정책이 필요하다”며 “연구원들이 실패하더라도 면책해주는 정책을 유도하면 (소부장) 국산화율 제고에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기석 DB하이텍 사장은 “투자를 위한 양질의 정책금융 지원을 기대한다”며 “클린룸을 확장하기 위해 폐수처리장 인허가 승인이 시급하며, 추가 용수 1만t 확보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기술자 등 인재 양성의 중요성도 논의됐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자에 의해 만들어진다”며 “그럼에도 프로 운동선수를 육성하는 국가 시스템은 있는데, 세계 1등 기술자를 육성하고 보호, 관리하는 국가 시스템은 없다”고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