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약사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에 우려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자인 닥터나우가 의약품 도매상을 운영하는 것을 원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약사업계와 벤처·스타트업업계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대통령실 의견을 받아 업계 간 갈등을 중재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에 나서 타협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 속전속결 진행된 닥터나우 방지법
10일 여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9일 약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을 보류했다. 이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만 남겨둔 상태였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열린 내부회의에서 본회의 처리에 대한 우려를 참모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플랫폼기업이 도매업까지 겸업하면 약품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과 스타트업의 새 시도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며 “타다금지법의 전철을 밟지 말자는 문제의식이 있어 의료계와 산업계 의견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자칫 제2의 ‘타다금지법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상황에서 플랫폼기업의 새로운 시도를 무작정 막기보다는 중재안을 마련해 ‘조정의 정치’를 하겠다는 판단도 깔렸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지난해 3월 의약품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고도 동네 약국 재고가 없어 헤매는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닥터나우는 현행 약사법이 의사와 약국 개설자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새로운 기회로 봤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이 약국 재고 정보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가장 가까운 약국을 연결하고, 제휴 약국에는 도매 기능을 통해 의약품을 직접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민주당과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닥터나우 방지법을 전격 상정해 처리했다. 플랫폼이 도매상 역할을 하면서 일부 약국과 제휴할 경우 ‘신종 리베이트 구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법안은 법안소위와 상임위 전체회의를 거쳐 지난달 26일 법사위까지 속전속결로 통과했다. ◇ 일부 의원도 공개 반대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대통령실이 법안 처리와 관련해 의견을 더 들어보자고 당에 요청했다.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대로 시행된다면 플랫폼기업의 혁신을 정부와 여당이 막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평소 무리한 규제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17일 ‘청년 창업 상상 콘서트’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과된 ‘타다금지법’을 언급하며 “정치가 이해관계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한 사례”라고 공개 비판했다. 타다금지법은 2020년 승차 공유 서비스에 반발한 택시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민주당 주도로 규제가 강화된 대표적 사례다.
국회에서도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본회의 통과를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국회 스타트업·벤처기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을 이끄는 김한규 민주당 의원이 논의를 주도하고 있고 민주당 이소영·전용기 의원, 국민의힘 최보윤·김소희 의원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김한규 의원은 통화에서 “입법으로 특정 업체의 유통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구 약사를 의식하는 의원이 적지 않아 이대로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법안 상정이 미뤄졌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약사회에서 항의 문자가 쏟아져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최형창/김형규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