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는 유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지면서 자산주가 재평가받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자산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논리다. 시장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치 상승과 함께 보유 부지 개발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주가 상승세 탄 자산주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부T&D는 최근 한 달 동안 26.74% 상승했다. 서부T&D는 서울 드래곤시티 등 호텔과 복합쇼핑센터를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 회사다. 인천 최대 쇼핑몰인 스퀘어원 등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용산구 나진상가에 대규모 부지를 보유한 대표적 자산주다. 중·일 관계가 악화해 한국 관광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서부T&D 주가를 밀어 올렸다.
경산, 울산 등에 대규모 토지를 보유한 아이에스동서 역시 최근 한 달 동안 19.42% 상승했다. 이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3배에 불과하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 가치에 비해 시가총액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이에스동서의 재고자산 가치는 1조3000억원 수준”이라며 “주가가 기업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절대적인 저평가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아이에스동서 시총은 이날 기준 6309억원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은 강남권 고속버스터미널 복합개발 사업도 자산주가 재평가받은 대표적 사례다. 서울시가 신세계센트럴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제출한 대규모 개발안을 바탕으로 사전 협상에 들어가자 해당 자산 지분 16.7%를 보유한 2대 주주 천일고속 주가가 한 달여 만에 9배 넘게 뛰기도 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0.17%를 보유한 동양고속(518.89%), 인근에 부지를 보유한 대성산업(41.94%) 등의 주가도 동반 급등했다. ◇“자산주 재평가될 것”자산주가 주목받는 건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이 언젠가 재평가받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대표적인 근거는 통화량 증가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지난 9월 통화량(M2)은 작년 동기 대비 8.5% 늘어난 443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상승폭 기준으로 2022년 6월 이후 최대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머니마켓펀드,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현금과 비슷한 광의의 통화다.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소폭 반등하고 있지만 통화량이 늘어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한 상태”라며 “정부의 재정 확장 기조가 이어지면 상장사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발을 통해 부지 가치를 수익원으로 변화시키는 기업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심 핵심 입지에 있는 유휴부지의 개발 가시성이 높아지면 시장에서 주가가 강력하게 재평가받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연구원도 “보유 부지를 분양 상품으로 개발하면 회계기준에 따라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며 “영업실적 개선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재평가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 롯데칠성과 하림지주를 꼽았다. 롯데칠성은 토지 가치가 최대 4조원으로 추정되는 서울 서초동 부지에 최고 250m 수준의 고밀도 복합업무시설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하림지주는 100% 자회사인 하림산업을 통해 양재동 부지에 물류·주거·업무 등을 결합한 복합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나수지/전범진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