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3일 뉴스에 등장한 낯선 기상캐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일일 기상캐스터로 등장한 휠체어 이용자 채수민 양이 착용한 '특별한 옷' 때문이었다.
1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채 양은 121일간의 보행 훈련을 통해 이날 8년 만에 처음으로 두 발로 일어서 기상 예보를 한 것이었다. 이처럼 채 양이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현대차의 로보틱스 기술 '엑스블 멕스(X-ble MEX)'를 착용했기 때문. 현대차그룹 측은 "현대차 로보틱스 기술은 서울아산병원 국립재활원 국군수도병원 등에서 보행이 어려운 이동 약자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상 군인 재활에도 사용됐다채 양이 착용한 엑스블 멕스는 현대차의 로보틱스랩이 자체 개발했다. 보행이 어려운 이동 약자의 하지 근육 재건 및 관절 운동을 돕는 의료용 착용(웨어러블) 로봇이다. 걷기, 서기, 앉기, 계단 오르내리기, 좌우 회전 등 5개 동작을 지원하며 착용자 신체 조건에 맞춰 로봇의 부분별 길이 조절이 가능하고 앉아있는 상태에서도 착용할 수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국군의무사령부와 협력해 국군수도병원에 엑스블 멕스를 기증, 부상 군인들 재활을 돕는 캠페인 영상도 공개한 바 있다.
부상 군인들은 기존 재활 과정에서 매일 병원 복도를 반복해 걸으며 쉽게 지치고, 의료진도 환자를 일으켜 보조하는 데 체력적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엑스블 멕스 도입 이후 환자와 의료진 모두 물리적 부담을 덜고 재활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귀띔이다. 기기가 실시간 구동기 제어 시스템으로 환자가 스스로 균형을 잡고 보행하는 데 필요한 힘을 지원한 덕분이었다.
"안되던 것을 되도록"...'로보틱스'에 힘주는 현대차그룹현대차그룸은 엑스블 멕스 이외에도 지난해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공개한 바 있다.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무동력 어깨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으로, 별도 충전 없이 최대 3.7kgf 보조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무거운 장비를 어깨 위로 들고 일해야 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보조 도구다. 엑스블 숄더의 1호 손님은 대한항공이었다. 대한항공은 엑스블 숄더를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조립 및 정비 현장에 우선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R&D 본부의 로보틱스랩은 현대차 내 연구사업조직이다. 기술로 따지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소프트웨어(SW) 기술까지 일대일로 구현하고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조직이다. 최근 현대차가 AI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및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하면서 로보틱스랩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국제로봇전시회에서 차세대 소형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 양산형 모델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4개의 바퀴와 자세 제어 시스템을 기반으로 경사나 요철이 있는 다양한 지형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했으며 배송·물류·촬영 등 용도별 탑모듈 결합도 가능하다.
현동진 로보틱스랩 상무는 지난해 열린 '로봇 테크데이'에서 "미지수를 상징하는 엑스, 에이블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라는 뜻으로, 안 되던 것을 되게 한다는 뜻"이라며 "현대차그룹의 사람 중심의 가치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