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면 '이익률 70%' 대박…삼성·하이닉스 고민 커진 이유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입력 2025-12-10 07:30
수정 2025-12-10 08:55

내년 본격 공급을 앞둔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36기가바이트(GB) 제품 가격은 개당 500달러 중반대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B 당 가격'은 15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범용 D램은 어떨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PC용 범용 D램인 DDR5 16Gb(기가비트) 제품 현물 가격은 26.3달러. GB 당 가격은 약 13달러 수준이다. 서버용 D램 모듈인 DDR5 RDIMM 64GB 현물 가격도 최근 780달러 안팎으로 GB당 약 12달러까지 치솟았다. 수익성 높은 범용 D램아직 확정되지 않은 HBM4 계약 가격과 최근 수급 불균형 여파로 가파르게 급등한 DDR5 현물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한때 4~5배 차이가 났던 HBM과 범용 D램의 GB 당 가격이 많이 좁혀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격이 아닌 '수익성'만 놓고 보면 범용 D램의 압승으로 분석된다. HBM4는 베이스다이 제작에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하고, 고난도 최첨단 패키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권사의 보고서에선 조만간 범용 D램의 이익률이 HBM을 앞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UBS는 최근 미국 마이크론에 대한 보고서에서 2025년 12월~2026년 2월(마이크론의 2026회계연도 2분기)에 HBM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은 62%, 범용 D램 이익률은 67%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6년 내내 HBM의 매출총이익률은 61~62%에 머물고, 범용 D램 이익률은 70%대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 HBM4 공급 준비하며 범용 D램 투자 확대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AI 메모리의 대표 주자로서 D램 기술력의 상징처럼 돼버린 HBM에 올인하느냐, 진짜 '돈이 되는' 범용 D램에 주력하느냐.

월 65만장 안팎의 D램 업계 최대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는 '실리'와 '명분'을 모두 찾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께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테스트 공식 통과로 '기술력 회복'을 인정받은 HBM에선 HBM4에 주력한다. 주요 고객사에 경쟁사 못지않은 물량을 공급해 자존심을 회복하는 데 힘쓸 방침이다.

현재 코어다이 10나노 6세대(1c) D램, 베이스다이 4㎚ 공정 적용이란 승부수가 통하는 모습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품질 테스트를 받는 주요 고객사로부터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HBM4용 1c D램 라인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HBM3E와 관련해선 브로드컴 등의 내년 주문에 대응할 정도의 생산 능력은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범용 D램과 관련해선 1a D램 라인을 GDDR7, LPDDR5X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10나노 5세대(1b) D램 중심으로 전환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용, 서버용 최신 범용 D램의 생산량을 늘려 메모리 슈퍼 호황의 수혜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HBM 올인했던 SK도 전략 선회 그간 최첨단 HBM의 엔비디아 공급에 올인했던 SK하이닉스도 최근 전략 선회 움직임이 감지된다. HBM에선 고객사의 제품 일정에 맞춰 HBM4 램프업을 서두르기 보단 당분간 HBM3E의 공급에 주력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년 상반기까진 HBM3E가 HBM 시장의 주력 제품 위치를 지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최근 AI 가속기 H200의 중국 수출을 허가 받은 영향도 있다. H200엔 SK하이닉스의 HBM3E 제품이 주로 탑재됐다.

최첨단 범용 D램 생산 능력도 높인다. 내년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캠퍼스에서 공정 전환을 통해 1c D램 생산능력을 300㎜(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14만 장 추가하기로 했다. 월 16만~17만 장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의 1c D램 생산능력은 올해 말 2만 장에서 내년 16만~19만 장으로 확대된다. 전체 D램 생산 능력의 약 30%, 범용 D램 생산 능력의 절반 가까이 1c D램으로 바꾸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1c D램은 HBM이 아니라 GDDR7 등 범용 D램을 제조하는 데 쓰인다. HBM3E와 HBM4엔 1b D램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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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