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강점인 방위산업 공급망을 기반으로 RWA(실물자산토큰)를 발행할 계획입니다.”
장병호 한화투자증권 대표(사진)는 지난 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주식, 채권, 부동산, 예술품 등 모든 투자 상품을 토큰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산 기반의 RWA에 대해 “펀드와 회사채 등을 토큰화할 수 있다”며 “투자자에게는 대체투자 기회를, 방산업계에는 효율적인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WA는 부동산, 금, 증권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상에 토큰화해 디지털 자산처럼 유통·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을 의미한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미국 국채를 토큰화한 비들(BUIDL)을 지난해 출시한 뒤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장 대표는 “한화투자증권은 ‘글로벌 넘버 원 RWA 허브’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예를 들어 주식을 RWA화하면 24시간 거래가 가능해지고 거래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내년 6월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한 토큰증권발행(STO)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장 대표는 “주식, 사모 상품, 디지털자산 등 8개 자산군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구성할 수 있는 고액 자산가 대상 플랫폼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RWA 등 디지털 자산 사업 확대를 위한 거점 지역으로 아부다비를 낙점했다. 장 대표는 “금융 혁신을 위한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아부다비를 선택한 것”이라며 “아부다비에서 성공한 사업 모델을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아부다비는 ‘글로벌 금융 실험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UAE 정부는 디지털 금융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장 대표는 “아부다비는 국경 간 자산 이전에 대한 수요가 큰 고액자산가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므로 이곳에 사무소를 설립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화투자증권은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이 회사는 11일 미국 디지털 지갑 플랫폼 기업 크리서스와 디지털 자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디지털 지갑 및 토큰화 △블록체인 기술 개발 △인적 교류 등에 관해 협력할 예정이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9월 미국의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 발행사인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에 대한 지분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장 대표는 추가 인수합병(M&A) 계획을 묻는 말에 “디지털자산 발행·관리·유통 등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모든 업체가 전략적 파트너 대상”이라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이 보유한 두나무 지분(5.94%) 매각 계획과 관련해서는 “매각보다는 두나무와의 협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