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수출입 컴플라이언스 퍼즐…빈 칸 채우는 '외환사전심사제' 도입 고려돼야 [광장의 조세]

입력 2025-12-10 07:00
수정 2026-01-0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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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 조언 불가능한 변호사의 딜레마세관 외환검사 또는 관세조사를 대리하면서 기업으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외국환거래 자율점검표를 어떻게 작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적절한가’이다. 질문을 구체적으로 풀어 보면, ‘외국환거래 신고의무 미이행·누락 등 위반사항을 자진신고하고 과태료를 감경받아야 할지’이다. 언뜻 간단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세관사건 경험이 있다면 난처한 질문임을 단번에 알아볼 것이다. 과태료의 경우 그나마 자진신고와 자진납부를 하면 최대 80% 과태료 액수 감경이라는 혜택이 부여되지만, 위반 규모가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할 경우 기업이 자발적으로 위반을 밝히더라도 감면제도(리니언시)에 해당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원론적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인 외국환거래 이슈도 자율점검표에 기재함이 옳겠지만, 현실적으로 잠재적 처벌 사항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라는 취지의 조언은 관철하기 어렵게 마련이다.

물론, 수출입기업의 관세무역 과오를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는 관세행정 법제의 재량에 속하는 영역이다. 그렇기에, 세관공무원이 외국환 위규를 지적하기에 앞서 기업이 사전에 자진시정할 방안이 없는 현황 그 자체가 위법하지는 않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관세행정 대다수 영역에서는 납세의무자 혹은 수출입자가 관세청의 질의, 상담, 확인 내지 검토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이하에서는 편의상 ‘사전심사제도’라 통칭하기로 한다). 표제만 일견하더라도, 과세가격은 과세가격 사전심사, 품목분류는 품목분류 사전심사, 원산지는 원산지 사전심사로서 분야마다 사전심사제도가 갖추어져 있다.

이에 따라, 관세무역업에 종사하는 자는 관세청 소관 업무에 의문점이 들거나 불확실하다면 사전심사제도를 통해 준법경영 방안 및 기존업무 보완점에 대한 국가기관의 공적 판단을 구할 수 있다. 반면, ‘수출입거래 및 해외투자(자본거래)’에 연관되는 외국환거래는 수출입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영역이고 관세청으로서도 외환검사와 관세조사에서 필수적으로 다루는 항목임에도, 개별적 사전심사제도가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 제도로서 세법해석신청이 있지만, 근거 및 취지상 법리적 쟁점에 대해 유권해석 기능을 하는 제도이고 개별·구체적 사안이나 사실관계 당부판단은 범위에서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외환사전심사제' 고려해봐야..."예방 관세행정 기조 부합"작금의 관세행정 기조는 수출입기업이 관세무역 준법체계를 관세조사, 외환검사 등 조사를 통지받기 전 스스로 점검하고 미진한 점을 자발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세무적, 형사적 위험을 일찌감치 최소화하도록 적극 지원하는 것이라고 이해되는 바, 이러한 기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일례로, 최근에 도입 및 보완된 수입물품 과세자료 일괄제출 제도는 수입자료 충실성을 제고함과 아울러 기업 관점에서도 동일취지 거래는 매년 1회 자료제출케 하여 성실기업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하고 필요 부분에 조사가 집중되도록 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입업계에 대한 능동적이고 예방적인 관세행정 기조를 외국환거래 분야까지 일관되게 확장하여, 잠재적 외환검사 대상기업이 외환검사실시 계획을 통지받기 전이더라도 외국환거래법령상 세관 검토 대상에 해당하는 각종 신고·보고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 미비한 점이 있다면 개선할 항목과 방식이 무엇인지 자발적으로 문의하여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가칭 '외환사전심사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이 고려된다면 어떨까.

오랜 기간 전례가 없던 영역이기도 하고, 법제가 구체화되어 있지 않는 등 일부 고심할 점이 예상된다. 하지만, 관세행정 영역 중 과세가격, 품목분류, 원산지 등에서 성공적으로 운용 중인 사전심사제도를 참고하되 외환 특유의 고려사항을 유연하게 반영한다면 실무적 어려움을 상당부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근거 법제도, 거시적으로는 현행 외국환거래법, 관세법 및 외국환거래의 검사 및 제재에 관한 훈령 등에서 세관공무원의 외환검토 권한이 도출가능하다고 해석함이 타당해 보인다. 부연하자면, 자진신고자에 대해 불입건, 불처벌, 제재 감경 등 대상기업에 수혜적 요소를 도입하게 된다면 수익적 행정조사 및 (잠재적으로) 수익적 처분에 관하여는 침익적 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화된 법적 근거가 수용가능하다는 법리를 참고하건대, 단시일 이내에 법령 제개정이 어렵다면 현행 법령으로도 외환사전심사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미 확립된 제도, 판례, 사례처럼 기존의 영역을 살펴보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에 비해, 새로운 영역을 제언하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어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공정무역과 기업혁신·성장의 균형을 잡아 '윈-윈' 하려 고심하는 관세청, 세관, 무역업계에 본고가 미력하게나마 신선한 아이디어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