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랜 기간 지켜온 기업 규제 정책인 ‘금융·산업분리’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국가 대항전’으로 치러지고 있는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선 우리 기업에 대규모 자금 조달 창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에 비해 지갑이 얇은 SK하이닉스가 그렇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 충북 청주 등 국내는 물론 미국 인디애나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약 120조원), 청주 M15X 공장(약 5조원), 미국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38억7000만달러·약 5조원)에만 최소 130조원이 투입된다. 몇 년 전만 해도 30조원 수준이던 공장 1기 구축 비용은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 고환율 등의 여파로 60조원 이상으로 늘었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극자외선(EUV) 장비는 한 대에 5500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이제 막 열린 ‘인공지능(AI) 붐’에 올라타기 위해 신규 공장 건설과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적기에 투자해야 전 세계에서 요청하는 HBM 수요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반도체 건립 비용이 향후 60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금산분리 허용은 막대한 투자자금이 필요한 SK하이닉스로선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