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부진' IBM, AI 데이터로 반등 노린다

입력 2025-12-09 17:26
수정 2025-12-10 01:35
IBM은 1990년대 초반까지 글로벌 시가총액 1위였다. 8일(현지시간) 기준으로 IBM의 순위는 40위권이다. 매출은 최근 10년간 반토막 났다. IBM은 두 번의 실수로 위기를 자초했다. 기업용 서버 등 하드웨어 판매에만 매달리다가 2000년대 클라우드라는 신개념을 들고나온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진격을 막지 못했다. 2011년엔 인공지능(AI) 플랫폼 ‘왓슨’으로 주목받았지만 데이터 품질 문제에 시달려 구글, 오픈AI 등에 AI 주도권마저 뺏겼다. 이랬던 IBM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AI 맞춤형 데이터’라는 양 날개로 부활을 꾀하고 있다.

◇M&A로 새판 짜는 IBMIBM은 110억달러(약 16조원)를 들여 콘플루언트 인수 작업을 하고 있다. 콘플루언트는 기업 내부 시스템과 외부 클라우드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처리하는 데 특화한 기업이다. AI 에이전트를 기업 현장에 도입하려면 이 같은 데이터 연결이 필수다. 사용자가 AI에 업무를 지시했는데 AI가 기업의 과거 데이터는 읽어도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이벤트를 반영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할 수 없어서다. IBM이 콘플루언트를 ‘AI를 위한 데이터 철도망’으로 부르는 이유다.

AI가 비정형 데이터까지 학습 가능하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IBM이 기업 고객을 늘리기 위해 내놓은 전략이다. 이수정 한국IBM 사장은 9일 간담회에서 “기업 데이터의 1%만 실제 AI 학습에 활용된다”며 “기업 데이터 중 90%에 이르는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을 구축하는 것이 기업 혁신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PDF 문서만 해도 사람 눈에는 잘 정리된 문서처럼 보이지만 AI에는 비정형 데이터다. 글자 추출과 표·이미지 분리 작업을 거치기 전에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양자컴퓨팅 상용화 시점이 관건IBM이 바닥 모를 추락을 막기 위해 반격에 나선 시점은 2019년 레드햇을 340억달러에 인수하면서부터다. 레드햇은 클라우드와 내부 시스템(온프레미스)을 하나처럼 쓸 수 있는 ‘오픈시프트’ 플랫폼을 개발한 기업이다. 기존 클라우드 기업과 정면 승부하는 대신 기업용에 특화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금융, 제조, 공공 등 규제가 강한 산업에서는 데이터를 공공 클라우드로 옮기기 어려워 온프레미스와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환경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노린 선택이었다.

당시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IBM의 미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AI에 달려 있다”며 “레드햇은 그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작년엔 클라우드 인프라 자동화 도구를 제공하는 하시코프를 사들였다. 이번에 콘플루언트까지 인수를 완료하면 IBM은 인프라, 클라우드, 데이터를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풀스택’ AI 기업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문제는 IBM이 이 분야에서 여전히 후발주자라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AWS는 이미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에서 전 분야에 걸쳐 가치사슬 구축을 완료했다. AI업계 관계자는 “IBM은 AI 모델과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자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자동화, 보안, 실시간 데이터 흐름이라는 틈새를 공략해 AI 인프라 시장에서 운영 표준을 구축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