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 지혈대·일체형 해독 주사기…軍 실전 아이템 쏟아졌다

입력 2025-12-09 17:54
수정 2025-12-10 00:43

“병영 내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육군창업경진대회가 장병들의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군 복무를 이끌어내는 성장의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최장식 육군참모차장)

육군본부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이 공동 주관한 ‘제14회 육군창업경진대회’ 시상식이 9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렸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한항공, 교보생명, 한국방역시스템, 한남대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모두 361개 팀, 889명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펼쳤다. 시상식에는 최장식 육군참모차장, 신은봉 육군 인사사령관, 김철수 한국경제신문 경영지원실장, 최창우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장을 비롯해 관계자와 수상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군 생활에서 나온 아이디어 ‘눈길’이번 대회에서는 서류심사 등을 거쳐 25개 팀이 결선에 진출하고 12개 팀이 최종 수상했다. 결선에 오른 25개 팀 중 12개 팀이 군의 훈련과 실전, 내무생활 등에 쓰일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제품화해 선보였다. 대상을 차지한 ‘드론 무력화 연구소’ 팀의 자폭 드론 무력화용 특수 염류 수류탄 ‘N67’이 대표적이다. 최우수상을 받은 ‘A1’ 팀의 민수용 제독 키트도 마찬가지다.

우수상을 받은 ‘지통실 지키미’ 팀은 부상을 당했을 때 지혈대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선보였다. 장려상을 받은 ‘건크리너즈’ 팀은 천 조각을 끼워 쓰는 기존 총구 손질 도구 꽂을대를 대폭 개선해 고무 소재로 새로운 도구를 제작했다. ‘CJB’ 팀(장려상)은 두 종류 이상의 약물을 순차 투입할 때 쓸 수 있는 일체형 주사기를 선보였다. 전시 화생방 공격을 당했을 때 응급처치에 쓰는 아트로핀과 옥신 주사기 등에 적용할 수 있다.

민간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인 장병들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황금독수리’ 팀은 스마트 기기로 복약·진료 기록을 자동 관리하고 인공지능(AI)이 위험 요소를 예방하는 ‘메디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여 우수상을 받았다. ‘everguard’ 팀은 노인의 낙상을 방지하고 외부 침입을 감지할 수 있는 진동 감지 시스템을 선보여 함께 우수상을 수상했다.

장려상 수상 팀 중 ‘R&D’ 팀은 액화 질소·산소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여름철 장시간 햇빛에 세워둔 차량 등 장비의 실내 온도를 급속히 낮추는 시스템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창업 등용문으로 자리 잡아”육군은 2019년 제1회 육군창업경진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두 차례 창업 협력 전문기관과 함께 창업경진대회를 열었다. 6년간 참가한 팀만 5000여개에 달한다. 국방부는 각 군 창업경진대회 입상 팀에 국방부 창업경진대회와 국제 대학생 창업 교류전 등에 참가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후속 지원을 펼쳐왔다. 역대 대회에 참가한 장병들이 세운 기업은 40곳에 이르며, 다른 10여 개 팀은 스타트업 창업을 진행 중이다.

대회 출신 스타트업에는 ‘마시는 수액’으로 유명한 링티, 불가사리를 이용해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한 스타스테크 등이 포함돼 있다. 김철수 실장은 “군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실현 가능한 해결책으로 발전시킨 참가 장병들의 창의성과 실행 의지는 삶의 강력한 경쟁력이자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