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위반에 상장 어려운데 굳이?" SK에코플랜트·PEF '시각차'

입력 2025-12-10 08:33
수정 2025-12-11 10:12
이 기사는 12월 10일 08: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에코플랜트의 기업공개(IPO)를 둘러싸고 회사와 사모펀드(PEF) 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총 1조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내년 초까지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회계 중과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장 절차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회사가 상장 절차를 강행하는 속내는 기한 내 상장 실패 시 약속한 이자율 인상 등 패널티를 피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FI 측의 입장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내년 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준비에 나섰다. 이는 FI들과 맺은 주주간 계약에 따른 약속된 절차로 풀이된다. 회사는 2022년 프리 IPO 성격으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프리미어파트너스·이음PE·한국투자증권에 총 1조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했다. 양측은 투자 4년 후인 2026년 7월까지 회사를 상장해 FI의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계약했다. 일반적으로 상장 6개월 전 예비심사 청구에 나서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1월이 첫 분수령으로 꼽힌다.

계약에는 내년 7월까지 회사가 상장에 실패할 경우 투자금에 이자를 붙여 상환하거나, 패널티 성격으로 보장수익률을 상향하는 조항도 담겼다. 연 5%대였던 보장 수익률 혹은 배당률이 10% 초반까지 오르는 구조다. 변경된 수익률이 2022년 투자 시점부터 소급 적용되는 만큼 패널티가 실행되면 회사의 재무 부담은 급격히 커진다.

문제는 최근 SK에코플랜트의 증선위 제제 이슈가 터지며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한층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2023년 연결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해외 자회사 매출을 과대 계상했다는 혐의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올해 10월 54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도 이에 대해 중과실 판정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회계 중과실은 거래소 상장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상장 절차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FI들은 SK에코플랜트가 상장에 걸림돌이 있는 상황을 알면서도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주주간 계약의 ‘허점’을 활용하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프리 IPO 계약에서는 회사가 상장 의무를 고의로 소홀히 할 경우 FI가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회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상장이 무산되면 별도의 패널티를 부과하기 어렵다. 이런 구조적 허점을 피하기 위해 회사가 상장 강행 카드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SK에코플랜트 측이 FI와 상장 기한 연장을 염두해 두고 압박용 카드로 IPO를 활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회계 중과실 논란이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을 강행하다 실패하면, 다시 상장을 추진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FI들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는만큼 본격적인 IPO 절차 이전에 기한 연장을 이뤄내기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이다. 한 FI 측 관계자는 "IPO 연장과 관련한 이야기는 전혀 거론된 바 없는 데 시장에서 이미 합의가 됐다는 이야기가 먼저 나와 황당한 상황"이라며 "사전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카드를 쓰는것 같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