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의 트리가 금빛 먼지처럼 흔들리고, 도쿄의 트리 불빛은 눈송이처럼 조용히 길을 덮습니다.
상하이는 유리 호수 위에 별을 띄우듯 트리 장식을 켜 놓고, 도시는 그 빛을 담으며 아주 느리게 숨을 고릅니다.
키이우엔 작고 담담한 트리가 불을 밝히며 서 있습니다. ‘빛이 있다는 건 희망이 있다는 것’, 얼마나 많은 어둠을 지나왔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불빛이 흔들립니다.
베를린의 겨울은 차갑지만 손난로처럼 따뜻한 트리의 오렌지빛이 골목마다 번지고, 파리는 트리 조명 하나만으로도 사람 마음을 말없이 끌어안습니다.
비엔나는 클래식 음악처럼 부드러운 트리 장식들이 공기를 움직이고, 런던은 밤하늘에 별 대신 트리에 빛의 천장을 걸어 사람들의 발걸음을 잠시 쉬어가게 합니다.
눈이 오지 않는 LA는 야자수 사이에 트리를 세우고 겨울의 모양은 다를 수 있다고 조용히 미소 짓습니다.
그렇게 아홉 개의 도시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밝혀 올립니다.
올해도 이 트리들은 묵묵히 말합니다.
당신의 겨울은 따뜻할거라고.
김영석 한경디지털랩 PD youngst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