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 이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은퇴를 선언한 배우 조진웅(49·본명 조원준)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며 진영 간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조두순도 사정이 있었지 않겠냐며 불쌍하다 얘기가 나올 판"이라고 일갈했다.
배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경태 건과 조진웅 건에 보이는 더불어민주당과 그 진영을 지지하는 일부 인사들의 대국민 가스라이팅이 선을 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범죄 피해자에게 2, 3차 가해를 하는 데에는 거리낌이 없으면서 유난히 범죄의 가해 경험이 있던 그룹 내 인원에는 과도한 관대함과 측은지심으로 드라마를 강요해댄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이재명 정부도 주요 인사만 도합 31범인 전과자 정부라 했었나"라며 "조두순도 사정이 있었지 않겠냐며 불쌍하다 얘기 나올 판이다. 매스껍다"고 덧붙였다.
조진웅은 디스패치가 고교 시절 차량 절도·성폭행 연루 의혹을 보도한 뒤 '미성년 시절 잘못된 행동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다만 성폭행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냈다.
조진웅은 그간 친민주당 인사로 인식돼왔다. 그는 지난 8월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하고, 이재명 대통과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끝나지 않는 전쟁'을 함께 관람했다. 친여 성향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기도 했다.
조진웅의 은퇴 선언 이후 여권 곳곳에서는 이번 의혹이 제기된 뒤 조진웅을 감싸는 듯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며 조진웅의 복귀를 촉구하는 성공회 송경용 신부의 글을 소개했고,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변함없는 팬인 저는 '시그널2'를 꼭 보고 싶다"고 했다.
채상병 사건과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등 국회 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름을 알린 김경호 변호사는 조진웅을 '장발장'에 비유하며 감쌌다. 그는 "조진웅의 과거는 분명 어두웠다. 10대 시절의 절도와 폭행,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면서도 "장발장이 19년의 옥살이 후 마들렌 시장이 되어 빈민을 구제했듯, 조진웅 역시 연기라는 예술을 통해 대중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며 갱생의 삶을 살았다"고 주장했다.
친여 성향의 시인 류근 씨는 "소년원 근처에 안 다녀본 청춘이 어디 있다고"라며 "그가 어릴 때 무엇을 했는가, 참 중요하겠지만, 사람들은 그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왜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냐. 왜 우리 공동체에는 반성과 실천에 대한 바른 평가에 무식하냐. 위선자들 천지"라고도 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