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다시 한번 벤츠와 조단위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 2년새 벌써 4번째 계약이다. 핵심 파트너로서 양측의 관계가 공고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벤츠에 2028년 3월부터 2035년 6월까지 약 7년간 약 2조원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8일 공시했다. 구체적인 물량과 배터리 종류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중저가 전기차에 들어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15~20GWh(기가와트시) 규모로 공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분야 양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월 50.5GWh, 올해 9월 75GWh, 32GWh 규모 2건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벤츠와 체결한 바 있다. 두 계약을 합쳐 22조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이번에 2조원 규모의 계약이 더해지면서 벤츠에만 약 24조원 규모의 배터리를 납품할 예정이다.
시장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건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할 배터리 종류다. 벤츠는 그동안 고가 라인업 위주의 전기차를 출시·판매해왔다.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도 46원통형 시리즈 등 에너지밀도가 높은 고가 배터리의 납품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벤츠가 프리미엄 고성능 EV 중심 전략을 넘어 중저가 또는 대중형 EV 라인업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벤츠에 공급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도 다변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유럽에서 LFP 배터리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는데 현지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벤츠 공장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벤츠가 LG그룹과 전방위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을 포함한 벤츠 경영진은 지난달 한국을 찾아 LG에너지솔루션 뿐아니라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경영진을 차례로 만났다. 전기차 부품·디스플레이·자율주행센싱 분야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수주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전장 사업 차원에서 벤츠와 파트너 관계가 강해지고 있다"며 "배터리를 포함해 전기차 전반에서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