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안타깝다'던 서승만 사과 "당시 기사보니 배신감이"

입력 2025-12-08 09:42
수정 2025-12-09 14:10


배우 조진웅(49·본명 조원준)이 소년범 이력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은퇴를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훌륭한 배우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온 배우가 과거 일로 '생매장' 당한 것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내비쳤고 다른 한쪽에서는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 진영논리가 끼어들어선 안 된다"라며 복귀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친여 성향 개그맨 서승만은 조진웅의 은퇴 선언에 앞서 "연기 잘하는 배우였는데 안타깝다"면서 "누군가는 온갖 범죄를 저질러도 뻔뻔하게 기어 나오던데"라며 우회적으로 옹호의 메시지를 냈다가 사과했다.

서승만은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조진웅이 연기를 그만둔대서 안타깝다고 포스팅했더니 후배가 당시 기사를 보내왔다"면서 "근래 느껴보지 못한 배신감이다. 그냥 보이는 대로 믿고 말하는 대로 믿어주는 내 유치함과 경솔함이 문제다"라고 반성했다.

이어 "내 글로 상처 입었을 분께 사과드리고 싶다"면서 "앞으로는 신중하겠다"고 말했다.

조진웅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단순한 학폭 문제로 은퇴했다고 오해했다는 것.

한 변호사는 조진웅의 '소년범 전력'을 처음 보도한 매체를 소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김경호 법무법인 호인 변호사는 이날 SNS에 조진웅의 소년범 이력을 처음 보도한 매체와 기자를 국민신문고를 통해 '소년법 제70조 위반'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사회는 미성숙한 영혼에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어렵게 결정했다. 그것이 우리가 소년법을 제정한 이유"라며 "소년법은 죄를 덮어주는 방패가 아닌, 낙인 없이 사회로 복귀하도록 돕는 사회적 합의다. 그러나 최근 한 연예 매체가 30년 전 봉인된 판결문을 뜯어내 세상에 전시했다. 이는 저널리즘의 탈을 쓴 명백한 폭거"라고 주장했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조진웅 생매장 시도는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면 유승준은 왜 아직도 지탄을 받고 있느냐'며 항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언론사 기자는 ""조진웅에 대해 공감 능력을 발휘하는데 피해자들에게는 어떨까. 조진웅을 은퇴하게 만든 언론이 잔인하다고 하는데 피해자들이 평생 방송에 나오는 그를 보며 느꼈을 공포와 수치심 고통은 잔인하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신의 딸이 그런 일을 당했대도 조진웅이 억울하고 불쌍하다고 할 수 있나"라며 "옹호하고 싶으면 속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유승준은 왜 용서를 못 받았나. 그가 강도질을 해서가 아니라 정의로운 척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은 강간 윤간을 한 후 빼앗을 돈이 없자 피해자 한 명을 인질로 잡아두고 다른 한 명을 끌고 성남에서 사당까지 이동해 60만원을 빼앗은 강도강간 사건이다. 인질로 잡힌 고통과 두려움, 자기 집까지 끌려가 돈을 찾아 바친 고통과 수치심, 두려움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했다.

앞서 조진웅은 소년범 이력과 성인이 된 후 극단 단원을 폭행해 벌금형 처분을 받고, 음주운전 전과가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후 소속사를 통해 "성인이 된 후에도 미흡한 판단으로 심려를 끼친 순간들이 있었던 점 역시 배우 본인은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배우의 지난 과오로 인해 피해와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다만 소년범으로 강도, 강간으로 형사 재판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면서도 "성폭행 관련한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뒤늦게 조진웅에 대한 제보가 잇따른 배경에는 최근 8.15 광복절 행사에 등장한 것이 트리거가 됐다는 분석이다. 제보자들은 "약한 사람을 괴롭히던 가해자이자 범죄자가 경찰 역할을 맡아 정의로운 모습으로 포장됐다"며 제보 동기를 밝혔다.



조진웅은 올해 제80회 광복절 경축식에선 국기에 대한 경례문을 대표 낭독했다. 그동안 국기에 대한 경례문을 낭독하는 것은 독립 유공자 후손이나 국위를 선양한 스포츠 스타들이 주로 맡아왔는데, 올해 광복절에 그가 발탁되면서 화제가 됐다.

그는 행사 이틀 후 이재명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영화 '독립군:끝나지 않은 전쟁'을 관람하기도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