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장사 합병때 주가 대신 '공정가액' 적용

입력 2025-12-08 17:58
수정 2025-12-09 01:49
당정이 모든 상장사 합병에 주가(시장가) 대신 자산·수익 가치 등을 반영한 이른바 ‘공정가액’을 적용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연내 추진한다. 기업의 주가가 자산 가치 등보다 지나치게 낮은 상황에서 주가로 합병가액을 산정해 소액주주가 손해를 보는 문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공정가액 적용 의무화가 기업의 합병 비용을 키워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편 방안을 공유했다. 법이 개정되면 상장사 합병가액 결정 시 주가 외에도 자산 가치, 수익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가액을 적용해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은 7건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법안을 냈다. 정무위 핵심 관계자는 “합병가액 산정 방식은 사실상 여야 간 의견이 모아졌다”며 “12월 내 처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공시제도도 강화한다. 합병하는 경우 감사의 동의를 받거나 의결 절차를 거쳐 제3의 외부 전문평가기관을 선정하고 이 기관의 최종평가결과보고서를 의무 공시해야 한다. 각 회사 이사회가 의견서를 작성해 공시를 의무화하는 안도 법제화한다는 구상이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식의 시장가격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며 “공정가액으로 합병가액을 책정하는 게 소액주주 보호에는 바람직하다”고 했다.

다만 재계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조항을 추가한 1차 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소송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합병가액 산정 방식 개편 등을 의무화하면 합병 결정 자체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시가와 공정가액 차이가 크면 양 회사 간 주주 동의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M&A 등 기업 구조조정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가액

주식 가격, 보유 자산 및 미래 현금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한 기업의 가치. M&A에서 합병가액 및 비율을 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최해련/강현우/박종관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