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굴기는 더 이상 단순한 양적 성장의 서사가 아니다. 지구촌은 중국의 압도적인 기술 부상과 함께 성장 둔화, 부동산 침체, 청년 실업 등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목격하고 있다. 중국 굴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의 ‘상승 곡선’에 머물러서는 현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오늘의 중국은 고속 성장에서 체제 전환기로 들어선 다층적 변화의 변곡점에 서 있다고 보여진다.
중국 굴기의 중심에는 공산당의 전면적 영도가 자리하고 있다. ‘당·정·군·민·학 동서남북중,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는 원칙은 통치의 근간이며 시진핑 시대 들어 더욱 공고해졌다. 인민해방군 역시 당의 군대다. 약 1억 명의 당원 조직이 국가·사회·시장 전반을 통할한다. 종엄치당(從嚴治黨)의 통치 방식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과거 빠른 성장으로 내부 정당성을 구축하던 방식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성장 둔화와 사회적 긴장 요인이 확대되자, 시진핑 당 지도부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구호와 함께 안보·민족주의·기술자립을 새로운 통치 논리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 중심에 ‘동방은 떠오르고 서방은 가라앉는다’는 기세론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관료 체제의 오랜 경쟁력으로 평가되는 능력주의 역시 중요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선현임능제(選賢任能制), 민주추천제 등은 고속 성장을 떠받친 제도적 기반이었다. 최근 정치적 충성의 비중이 커지면서 관료사회의 역동성과 실험 정신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집권 강화로 지방의 정책 자율성이 줄어드는 현상은 중국 성장의 핵심 메커니즘이던 ‘지방 경쟁 모델’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나라의 부강은 지방에서 비롯된다’는 방부자향(邦富自鄕)의 원리가 도전받고 있다. 과거 저장·장쑤 등 지방정부의 치열한 성과 경쟁이 중국의 산업·수출 드라이브를 이끌었다. 지방 경쟁은 중국의 성장 엔진이었다. 그러나 중앙 통제가 강화되면서 그 에너지가 제약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기술 굴기는 여전히 중국의 가장 강력한 추동력이다. 전기차·배터리·태양광·드론 등에서 중국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비야디(BYD)는 전기차를 1분에 한 대씩 생산한다. “기술은 왕”이라는 구호 아래 반도체·인공지능(AI)·우주·군사기술 분야에서 국가 주도의 총력전을 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한 최고 지도부의 절반가량이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은 기술 중심 국가 전략을 뒷받침한다. 중국은 ‘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실사구시 정신을 국가 전략으로 승화시켰다.
그러나 기술 굴기에도 구조적 제약이 뚜렷하다. 미국과 동맹국의 첨단기술 봉쇄는 중국의 상향 이동 속도에 직접적인 제약을 가한다. 내수 부진을 수출로 돌파하는 전략은 글로벌 공급 과잉 논란과 무역 규제라는 반작용을 낳는다. 국가 주도형 혁신 모델은 목표 달성에는 강하지만, 창조적 혁신이나 창업 생태계의 자율성 측면에서는 취약하다는 한계가 드러난다. 기술 굴기의 질적 성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중국의 미래를 둘러싸고 두 가지 상반된 경로가 예측되고 있다. 하나는 기술 자립 가속, 글로벌 남방과의 경제 협력 확대, 국가 주도 성장 전략을 통해 미국과 대등한 G1.5 수준의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경로다. 다른 하나는 부동산·지방정부 부채, 인구 고령화, 청년 실업, 기술 봉쇄, 혁신 생태계의 경직성 등 구조적 문제들이 누적돼 장기 둔화 국면으로 진입하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군사·기술 분야에서는 강한 면모를 보이지만, 경제·사회 분야에선 이미 중속 성장 체제로 이동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은 ‘더 강해졌지만 동시에 더 제약을 받는 국가’라는 이중적 성격을 드러낸다. 과거의 굴기가 ‘세계의 공장’과 폭발적 성장에 기초했다면, 이제는 안보·기술자립·민족주의가 결합된 전환기적 굴기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낙관도 비관도 아닌, 상승과 제약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 현실을 바라보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중국 굴기는 글로벌 질서의 격변을 추동한다. 더 견고해진 국가 역량과 더 커진 내부 위험이 공존하는 오늘의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향후 지구촌 질서의 방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