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6년 12월 SRT(수서발 고속철도)를 개통하며 “117년 한국 철도 역사에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0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통합을 선택했다. SRT 도입 취지인 경쟁을 통한 서비스 향상보다 낭비하는 중복 비용이 더 많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SRT 운영사인 SR 통합과 관련해 임금, 재무구조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교차 운행으로 좌석 대폭 늘려8일 정부의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 코레일이 보유한 KTX-1 고속열차가 수서역에 투입된다. 20량, 955석인 KTX-1은 수서역에서 운영 중인 SRT 좌석(10량·410석)의 두 배 규모다. 당장 KTX 열차가 투입되면 그만큼 좌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이후 단계적으로 서울·용산역발 SRT와 수서역발 KTX 편성을 늘려 내년 하반기에는 자유로운 교차 운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교차 운행을 위한 호환 운영 소프트웨어는 지난 10월 개발을 마쳤다. 코레일에 따르면 교차 운행으로 하루 평균 1만6000석의 고속철도 좌석이 늘어난다. 기존 KTX 20만 석, SRT 5만5000석 등 25만5000석에서 약 6% 증가한 규모다.
내년 하반기에는 하나의 앱으로 KTX·SRT 결제와 발권이 가능해진다. 또 SRT에서 코레일 일반열차(ITX-마음 등)로 환승할 때 요금 할인이 적용된다. KTX와 SRT 간 열차 변경 때 취소 수수료도 면제된다.
정부는 통합에 따른 안전 문제에 대해 소프트웨어 개선뿐만 아니라 기관사 교육 등의 절차를 충분히 거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노선에 투입되는 기관사는 60시간의 예비 운행과 구간면허 취득을 거치도록 하고, 교차 운행 전 안전성 검증을 추가로 할 예정이다. ◇시스템 통합과 SR 반발 등 ‘과제’코레일과 SR을 통합해 통합철도공사를 출범시키는 작업도 속도를 낸다. 기관 통합에 SR이 반대하고 있어 이견 조율이 걸림돌로 꼽힌다. 국토부는 그동안 진행한 양사 노사와의 간담회 결과를 바탕으로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급여와 인사, 직급체계 등 양측 시스템이 다른 데다 부채와 자산 승계 문제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등은 그간 고속철도 기관 통합을 주장해왔다. SR 출범 당시 정부가 ‘경쟁’을 내세웠지만 정작 구조는 코레일의 자회사였기 때문이다. SR의 지분은 국토부 58.95%, 코레일 41.05%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코레일과 SR은 천안·아산~부산 등 핵심 철도 노선을 공유하고 있어 애초에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잘못된 경쟁 체제 도입으로 코레일의 적자가 쌓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코레일의 당기순손실은 5167억원에 달했다. 알짜 노선인 수서발 경부선 등을 SR이 독점하는 상황에서 코레일이 적자인 지방 철도 운영을 떠맡고 있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경쟁 체제 도입을 내세운 고속철도 이원화 정책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간 고속철도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데다 양사 간담회 등을 통해 이원화된 경쟁보다 통합이 이익이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운임, 마일리지, 회원제 등 서로 다른 서비스 조정과 안전 체계 일원화 등에 관해서는 연구용역을 발주할 방침이다. 통합 고속철도의 새 요금 제도 연구도 함께한다. 국토부 내에는 고속철도 통합추진단을 설치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철도산업위원회 심의 및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규모가 큰 코레일에 SR이 흡수되면 대규모 해고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SR 측은 서비스 등 운영 통합에 적극 협조할 방침이지만 일방적인 흡수 통합에는 부정적 입장”이라며 “제3의 사명과 브랜드 사용 등을 두고 두 기관과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