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포티투닷(42dot)이 독자 자율주행 기술 ‘아트리아 인공지능(AI)’의 시연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테슬라의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인 ‘FSD’를 적용한 전기차가 최근 국내에 상륙해 주목받자 이에 맞서 기술력 입증에 나선 것이다. 송창현 사장 사임 이후 불거진 조직 축소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도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포티투닷은 지난 6일 유튜브 채널에 자율주행과 자율주차 시연 영상을 한 개씩 게시했다. 현대차그룹이 독자 개발 중인 ‘아트리아 AI’를 장착한 차량의 자율주행 모습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영상에선 아트리아 AI가 적용된 아이오닉 6가 도심 도로와 터널, 교차로를 막힘 없이 주파하고 시속 100㎞ 고속 주행까지 소화했다. 주차장에선 보행자와 차량을 스스로 인식해 회피한 뒤 빈 곳에 정확히 주차했다.
아트리아 AI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방식으로 작동한다. 수만 가지 규칙을 사람이 일일이 설계하는 ‘규칙 기반’ 방식과 달리 AI가 데이터를 수집 단계부터 판단까지 통째로 학습해 사람처럼 직관적으로 운전한다.
센서 구성은 테슬라와 동일한 카메라 8개, 레이더 1개의 ‘비전 중심’ 방식이다. 대다수 완성차 업체가 사용하는 고가의 라이다(LiDAR)와 고정밀 지도를 쓰지 않아 양산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포티투닷은 기존 내연기관차에 분산된 수십 개 제어기를 66%가량 줄이고, 자율주행의 핵심 두뇌인 ‘HPVC’(통합 제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차세대 아키텍처(설계 구조)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HPVC가 적용되면 스마트폰처럼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해져 성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편집된 영상이어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고가의 라이다 없이 카메라 센서만으로 고도화된 주행 성능을 구현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영상 공개 시점을 두고 송 사장 퇴임 이후 불거진 ‘조직 축소설’을 잠재우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포티투닷은 유튜브 채널 게시글에 “테슬라 대비 부족한 인력과 예산에도 양산 준비 2년 반 만에 여기까지 왔다”고 썼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