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커패시터(슈퍼캡)는 순간적으로 큰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 저장 장치다. 2차전지에 비해 에너지 저장 용량이 100분의 1 수준이지만 출력은 100배가량 높다. 전기차나 수소차의 보조 출력 장치로 쓰이거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장착돼 정전 시 데이터 백업을 위한 전력을 공급하는 등 사용처가 다양하다.
2010년 세계 최초로 3.0볼트(V) 슈퍼캡을 양산한 코스닥시장 상장사 비나텍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5년 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성도경 비나텍 대표는 8일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원으로 주목받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도 전력망 안정화를 위해선 슈퍼캡이 꼭 필요하다”며 “스마트그리드, 산업기계, 초고속 충전 인프라 등에서 수요가 늘어나 2030년에는 비나텍이 주도하는 슈퍼캡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전체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나오는 비나텍은 미국 연료전지 기업 블룸에너지에 AI 데이터센터용 슈퍼캡을 2027년까지 공급하기로 지난 5월 계약했다. 성 대표는 “셀 단위로 팔고 있는 기존 제품을 내년 상반기부터는 모듈화해 제품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며 “내년 하반기엔 자체 인쇄회로기판(PCB)과 소프트웨어 등을 장착해 슈퍼캡을 패키지 단위로 양산하면 지금보다 부가가치가 20배는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달에 3000만 개의 슈퍼캡을 생산하는 베트남 생산기지는 재정비에 들어갔다. 베트남 흥옌성에 17만2000㎡(5만2000평) 규모의 공장을 202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하노이 인근에 있는 기존 세 공장을 한 곳으로 일원화하면 생산 규모가 다섯 배가량 늘어난다. 소형 슈퍼캡을 주로 생산하던 구조를 중대형 위주로 탈바꿈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성 대표는 “생산라인 온도·습도와 기계 수율 등의 데이터를 AI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사는 연구개발(R&D)과 시제품 생산 등을 주로 맡는다. 인도에도 3년 내 신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전북 완주 공장에선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한다. 현대자동차 수소차에 장착되는 수소연료전지 부품 스택에 들어가는 지지체를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지지체는 수소연료전지 내부의 백금 촉매가 떠내려가지 않게 잡아주는 일종의 뼈대 역할을 한다. 성 대표는 “수소연료전지에 슈퍼캡을 결합해 연비를 개선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개발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라며 “완주에 마련한 막전극접합체(MEA) 공장과 대형 슈퍼캡 공장을 연계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나텍은 지난해 산업통상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MZ가 가고 싶은 우수 지역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실적도 나아지고 있다. 비나텍은 올 3분기 말 기준 매출 594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성 대표는 “전북 제조업의 성공 사례가 되도록 회사를 더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완주=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