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말고 행정을 해달라"…서울시, 김민석 총리 정조준

입력 2025-12-07 18:35
수정 2025-12-07 18:45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7일 서울시 ‘감사의 정원’ 조성 사업과 관련해 김민석 국무총리가 행정안전부를 통해 서울시에 공식 답변을 요구한 것을 두고 “연출 말고 행정을 해달라”며 직격했다. 서울시 자치사무에 대한 총리실의 자료 요구를 “공문 정치”로 규정하면서 과도한 정치 개입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앞서 김 총리는 광화문광장 일대에 조성 중인 ‘감사의 정원’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의 법·절차적 진행 경과를 확인하라며 행안부에 공문 발송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는 지난 2일 서울시에 국가상징공간 여론조사 지연 사유, ‘받들어 총’ 조형물 의견수렴 여부, 참전국 석재 기증 협의 현황 등 6개 항목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부시장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민석 국무총리가 행정안전부에 ‘감사의 정원’ 사업에 대한 서울시 답변을 요청하는 공문 발송을 지시했다고 한다”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는 “종묘, ‘감사의 정원’, 한강버스, 창동 아레나를 찾고 제설 메시지까지 내더니 이제는 난데없는 ‘공문 정치’까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 대비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요청한 분이 정작 서울시 자치사무에 발을 가장 자주 들여놓고 있다”며 “공적 책임보다 정치적 계산이 앞서면 국정이 흔들린다”고 했다.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름 제외를 요청했다는 김 총리 측 설명을 꼬집어 지방자치에 대한 총리실의 과도한 개입과 대비시킨 대목이다.

김 부시장은 김 총리의 정치 행보를 ‘86세대 운동권 정치의 나쁜 유산’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는 “86세대 정치에서 제가 반면교사로 삼는 모습이 있다”며 “언론의 조명이 닿는 곳부터 살피고 갈등을 키워 논란을 부풀리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국정 2인자까지 되어서 이런 행태를 반복하는 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 정치의 불행”이라고 했다.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정치가 이벤트화되는 것도 힘든데 국정마저 라이브 쇼가 되면 그 비용은 국민이 치르게 된다”고 했다. 총리의 현장 방문과 메시지 발신이 반복되면서, 국정이 ‘장면 연출’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김 부시장은 “서울시는 묵묵히 할 일을 하겠다”며 “정치적 연출이 아니라 성과와 결과로 증명하는 행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의 공문 요구에도 서울시는 사업 자체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기조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의 정원’ 사업은 광화문광장 일대에 6·25 전쟁 참전국과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를 상징하는 조형물 23개를 설치하는 서울시 계획이다. 우리 국군과 유엔 참전용사의 집총 경례를 형상화한 이른바 ‘받들어 총’ 조형물이 포함되어 있다.

김 총리는 지난달 17일 광화문광장 내 공사 현장을 찾아 “대한민국의 얼굴인 동시에 대표적 국가 상징 공간이자 문화국가의 미래 상징인 광화문에 굳이 ‘받들어 총’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을 국민께서 이해하실지 의문”이라며 “국가적 관점에서 멀리 보고 국민의 뜻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서울시는 행안부 공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은 김 부시장의 공개 비판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