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K컬처가 버텨주니 그나마 '선방'

입력 2025-12-07 18:36
수정 2025-12-08 01:24

‘디지털 적자’가 불어나고 있지만 한국은 일본 등 산업 구조가 비슷한 경쟁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디지털 수지를 구성하는 항목 가운데 하나인 정보서비스 수지는 2012년 2억달러 적자에서 2014년 흑자로 전환한 뒤 올해 1~9월에는 흑자 규모가 332억달러까지 늘었다. 정보서비스 수지에는 클라우드 이용료와 통신사 결합 상품을 통한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 등이 들어간다. 넷플릭스 구독료 지급액이 포함되는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 수지도 올해 8억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이 정보서비스 수지와 음향·영상서비스 수지에서 예상 밖의 흑자를 내고 있는 건 삼성전자와 ‘K컬처’가 해외에서 올리는 수입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에 크롬, 구글 앱스, 유튜브 등을 기본 적용하는 대가로 빅테크들로부터 ‘트래픽 획득 비용’(TAC)을 받는다. 삼성전자의 TAC 규모는 비공개지만 구글이 삼성전자와 4년간 80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는 미국 법원에서의 증언 등을 고려할 때 수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이 미국 빅테크들로부터 플랫폼 사용료를 받는 셈이다.

K팝과 한류 드라마 관련 수입은 2020년 8억달러에서 지난해 22억달러로 늘어나 넷플릭스 구독료 명목으로 빠져나가는 달러를 회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K컬처는 다른 나라가 보유하지 못한 ‘디지털 흑자 카드’다.

연간 수십조원의 디지털 적자를 내 최근 비상이 걸린 일본 정부가 한국을 벤치마킹 모델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자국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국제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한국과 영국, 이스라엘, 일부 북유럽 국가는 일본이 참고할 수 있는 유의미한 벤치마크”라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떨어지고 K컬처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이 항목들이 한국의 디지털 적자를 급증하게 하는 불안 요인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