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추격 따돌리고…워너 품은 넷플릭스

입력 2025-12-07 18:36
수정 2025-12-08 00:57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할리우드 대표 영화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를 인수한다. 넷플릭스는 이번 인수로 미국 OTT 시장 1위에 오르고 영상 콘텐츠 생산력까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가 ‘반독점 규제’ 잣대를 들이댈 예정이다. 이번에 경쟁 입찰한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도 ‘특혜 인수’를 주장하고 있어 최종 인수 여부는 아직 안갯속이다.

◇파라마운트, 비공식 인수 제안넷플릭스는 지난 5일 워너브러더스 일부 사업을 720억달러에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와 OTT ‘맥스’ 등 사업 부문을 확보한다. 이번 인수 대상에서 CNN, 디스커버리, 유로스포츠 등 워너브러더스의 케이블방송 부문은 빠졌다. 해당 사업 부문은 신규 회사로 분리돼 남는다.

양사 이사회는 이번 거래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규제당국 승인과 워너브러더스 주주 동의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현금과 주식 거래로 이뤄진 이번 계약에서 인수 사업 부문 가치를 주당 27.75달러로 평가했다.

이번 계약은 파라마운트와의 치열한 인수 경쟁 끝에 체결됐다. 워너브러더스는 지난 6월 “스트리밍 및 스튜디오 사업과 케이블TV 채널이 포함된 방송 사업 부문을 분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때부터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 인수 기회를 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간 시청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자 넷플릭스는 핵심 콘텐츠를 소유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했다”고 전했다. 워너브러더스는 ‘해리포터’ ‘배트맨’ 등 영화 지식재산권(IP)을 비롯해 ‘프렌즈’ ‘빅뱅이론’ 등 유명한 TV 시리즈도 보유하고 있다.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는 8월 파라마운트를 80억달러에 사들인 데 이어 워너브러더스 인수도 노렸다. 파라마운트는 9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비공식적으로 워너브러더스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슨 CEO 부친은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다. 당시 워너브러더스는 파라마운트의 제안을 거절했다.

워너브러더스는 10월 회사 매각을 위한 경쟁 입찰을 시작했다. ‘프로젝트 스털링’으로 불린 워너브러더스의 매각 계획에 입찰 업체는 넷플릭스, 파라마운트, 컴캐스트 등 3자로 좁혀졌다. 초기에는 갑부인 래리 엘리슨의 후광을 받은 엘리슨 CEO가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가 제시한 2차 제안서에서 “브리지론을 통해 대부분 현금으로 인수하겠다”고 치고 나왔다. 이런 이유로 워너브러더스가 넷플릭스를 최종 낙찰자로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월가, “넷플릭스 대규모 투자 회의적”이번 인수가 마무리되기 위해선 미국 규제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등이 남아 있다. 미국 법무부는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가 OTT 시장에 미칠 영향과 관련한 검토에 들어갔다. 합병 심사의 최대 쟁점은 OTT 시장 점유율이다.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 OTT인 맥스를 합치면 미국 구독형 OTT 시장의 34%(작년 말 기준)를 차지한다.

2023년 미국 법무부가 마련한 관련 지침을 보면 합병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을 경우 ‘불법’이다. 넷플릭스는 만약 이번 거래가 무산되거나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하면 58억달러(약 8조5579억원) 규모 위약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위약금은 총인수액 720억달러의 8%에 달해 이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에서 밀린 파라마운트가 넷플릭스의 특혜 인수를 주장하는 것도 넷플릭스엔 걸림돌이다. 파라마운트는 입찰 과정에서 워너브러더스와 넷플릭스가 공정성 및 적정성을 무시했다며 워너브러더스에 항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거액 후원자인 래리 엘리슨이 트럼프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은 이번 인수 건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월가 반응도 미지근하다. 인수에 따른 넷플릭스의 대규모 자본 지출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이날 넷플릭스 주가는 전일 대비 2.89% 하락한 100.24달러에 마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월가는 대규모 인수의 즉각적인 수혜를 인수 회사에 잘 부여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은 기업의 대규모 지출에 특히 민감하고 막대한 투자에 점점 회의적으로 반응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