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레벨의 대회에서 이 정도 이하의 조가 걸리기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지난 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월드컵 조추첨 결과에 대해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이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내놓은 총평이다. 추첨 결과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랭킹 22위)은 개최국 멕시코(15위), 남아프리카공화국(61위), 유럽 플레이오프(PO) 패스 D(체코 아일랜드 덴마크 북마케도니아) 승자와 함께 A조에서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게 됐다. 한 위원은 “한국은 유럽 남미 아프리카 톱 랭커를 모두 피했다”며 “매 경기 살얼음판 승부를 벌이겠지만 이 정도면 불만을 가질 수 없는 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재민 축구칼럼니스트도 “유럽 국가와는 한 팀만 만나고 남미 국가와는 만나지 않는 건 역대급 행운”이라며 “100점 만점에 90점짜리 조 편성”이라고 했다.
본선 진출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돼 열리는 이번 월드컵에선 각 조 1·2위 24팀이 32강 토너먼트에 직행하고 조 3위 12팀 중 성적이 좋은 8팀이 추가로 32강에 진출한다.
사상 최초로 본선 조추첨 포트2에 속한 한국은 추첨에서 개최국인 포트1의 멕시코와 묶였다. 멕시코가 개최국이라는 점이 부담스럽지만 스페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브라질 등 우승 후보들을 피했다. 아울러 포트3에서 FIFA랭킹이 가장 낮은 남아공을 만나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홍 감독도 “이 부분(유럽과 남미 강호를 피한 것)이 조금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변수는 첫 상대인 유럽 PO 승자가 누가 될지다. 한국은 유럽 PO 승자와 내년 6월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아크론스타디움에서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A조에 합류할 유럽 PO 패스D 승자는 대회 두 달여 전인 4월 1일에나 결정된다. 첫 경기 상대 분석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 PO 패스D에선 체코-아일랜드 경기 승자가 덴마크-북마케도니아 경기 승자와 맞붙어 본선 진출국을 가린다. 유력 후보는 덴마크(21위)다.
두 번째 상대인 개최국 멕시코는 가장 까다로운 팀으로 꼽힌다. 상대 전적도 4승3무8패로 한국이 열세다. 월드컵 본선에선 두 차례 만나 1998년(1-3)과 2018년(1-2) 모두 패했다. 1998년 멕시코전을 뛴 홍 감독은 “멕시코는 그때나 지금이나 굉장히 좋은 팀”이라며 “홈 팀의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한국의 세 번째 상대인 남아공은 반드시 잡아야 할 팀이다. 남아공과는 아직 A매치를 치러본 적이 없지만 FIFA랭킹에서 한국보다 크게 뒤지는 팀이기 때문이다. 방심은 금물이다. 한 위원은 “남아공은 아프리카팀 가운데 전력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경시해서는 안 된다”며 “확연한 약체가 있는 조는 아니기에 다른 팀도 모두 우리를 해볼 만한 상대로 여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 칼럼니스트도 “남아공은 개인기가 좋은 상대”라며 “일대일만 잘 막으면 되는 만큼 홍명보호가 백5를 연습한 보람을 찾아야 할 경기”라고 했다.
한국 입장에선 이번 대회는 사실상 멕시코월드컵이다. 이번 월드컵의 대부분 경기가 미국에서 열리지만 멕시코와 한 조에 속한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르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고지대와 고온다습한 환경에 적응하는 게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이 1, 2차전을 치르는 아크론스타디움은 해발 1571m 고지대에 있다. 3차전이 펼쳐지는 BBVA스타디움도 해발 500m다.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는 조금만 뛰어도 금세 숨이 차고 근육 피로가 몰려온다. 홍 감독도 “고지대 적응에는 최대 2주 이상이 필요하다”며 베이스캠프 장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