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집필을 위해 필요한 방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호텔들이 등장하고 있다. 호텔들은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면서도 향후 유명한 작품이 쓰인 곳이란 ‘타이틀’도 얻을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프린스호텔이 선두 주자다. 이 호텔은 2014년부터 신인 작가에게 무료로 방을 제공하는 ‘소설가의 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23명의 소설가에게 방을 내줬다. 창작 활동을 한 지 10년이 안 된 신인 작가가 주 대상이다. 밀리언셀러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쓴 김호연, 올해를 휩쓴 베스트셀러 소설집 <혼모노>를 낸 성해나 작가도 여기에 묵었다. 호텔 관계자는 “소설가 윤고은이 과거 신춘문예를 앞두고 서울프린스호텔에서 작가 지망생들과 ‘합숙 집필훈련’을 했다는 글을 직원이 우연히 읽은 게 계기”라며 “내년에도 총 12명에게 1개월간 방 한 개씩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했다.
‘자기만의 방’이 간절한 소설가들의 반응이 뜨거워지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나섰다. 서울프린스호텔에 이어 올해부터 강원 춘천의 남이섬 호텔정관루, 부산 협성마리나G7 등과 함께 문학작가 레지던시 후원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작가를 선정하고 있다. 박상영 장강명 김초엽 최은영 등 유명 작가가 신인 시절 소설가의 방을 거쳐갔다.
호텔방은 작가들에게 작업실이자 일상과 분리된 휴식과 영감의 공간이다. 호텔 입장에선 사회공헌이자 홍보 활동이다. 유명 작품이 해당 호텔에서 탄생하면 ‘문학 성지’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쓴 다카한 료칸,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 마지막 편을 집필한 영국 더 밸모럴호텔 등은 유명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서울프린스호텔 소설가의 방에 묵으면서 집필 활동을 한 작가들은 이 프로그램 1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말 호텔에 관한 에세이집과 소설집을 출간했다.
세금 혜택도 일부 있다. 문학작가 레지던시 후원사업에 참여하는 호텔은 연간 소득금액의 10% 한도 내에서 기부금을 손금(비용) 산입 가능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