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어치 골드바 넘기고 '셀프감금'한 40대…무슨 일이

입력 2025-12-07 15:40
수정 2025-12-07 15:41

40대 남성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게 속아 총 6억2000만원 상당의 골드바를 뺏기고 본인을 숙박업소에 가둔 '셀프 감금'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신종 보이스피싱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시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4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17일 오후 3시께 직장에서 근무하다 검찰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당시 발신자는 본인을 '대검찰청 사무장'이라고 소개하면서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등기를 보냈는데 받았느냐"고 물었다. "못 받았다"는 A씨의 대답에 발신자는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어 다른 발신자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검찰청 검사'를 사칭하면서 "계좌가 범죄와 관계없다는 피해자 입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신자는 A씨에게 금감원 출입 허가증을 받아야 하니 휴대전화와 유심칩을 새로 구입하고 텔레그램으로 보내는 원격조종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금감원 직원이라고 소개한 또 다른 남성이 연락을 해왔다.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남성은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는데 처분을 임시로 해주겠으니 호텔로 들어가라"며 A씨가 당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호텔과 에어비앤비 숙소 4곳에서 번갈아 가면서 투숙하게 했다.

이들은 A씨가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구속된다고 위협했다. 또한 A씨 휴대전화에 깔린 앱을 이용해 피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면서 이동 시에는 "허락 없이 어디에 가느냐"며 압박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A씨에게 "피해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자산을 국가코드로 등록해야 한다"며 "현금보다 골드바가 처리가 빠르니 골드바를 구매해서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계속된 압박에 속은 A씨는 지난달 21∼28일 6차례에 걸쳐 총 6억2000만원 상당의 골드바를 구매해 보이스피싱 조직 수거책들에게 전달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매번 수원 영통역, 안산 사리역, 인천 부평역, 인천 경인교대역, 서울 신촌역·대방역으로 장소를 옮겨가면서 범행을 이어갔다.

A씨는 골드바를 6번째로 전달한 28일에야 본인이 사기 범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에게 2억원을 빌려준 누나가 보이스피싱을 의심, 직접 동생인 A씨의 숙소로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서야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며 스스로를 자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강력팀 형사 등 20명으로 수사전담반을 꾸리고 추적한 끝에 1차 수거책인 60대 남성과 2차 수거책인 30대 남성 B씨 등 2명을 붙잡았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른바 '던지기' 방식으로 지정한 장소에 골드바를 가져다 놓았고 이후 행방은 모른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3차 수거책 등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도 검거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했다. A씨와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시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조원을 넘어섰으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