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간 뒤 잠적"…'국외 병역기피' 912건 달해, 징역은 6건 뿐

입력 2025-12-07 10:29
수정 2025-12-07 10:41

단기 여행을 명목으로 출국한 뒤 의도적으로 귀국하지 않거나 재외국민 등록을 하지 않는 등 국외여행허가 의무를 위반해 병역을 기피한 사례가 5년간 912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중 징역형을 받은 사례는 단 6건뿐으로, 형사처분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 10월까지 병역의무 기피자는 총 3127명으로 집계됐다. 병역법에 따르면 병역의무 기피는 입영 통지서를 받고 응하지 않는 행위를 뜻한다.

병역기피 사례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517명 △2022년 660명 △2023년 745명 △2024년 557명 △2025년 430명(10월까지)으로 집계됐다. 통상 하반기 말 이후 조사가 집중적으로 집계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병역기피 사례도 전년도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피 유형별론 △현역입영 기피 1232건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 912명 △병역판정검사 기피 586명 △사회복무 소집 기피 397명 등이다. 특히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자는 형식상 기피로 분류되고, 실질적으로 병역면탈에 가까운 고의성을 띠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게 황 의원의 지적이다.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자에 대한 형사처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위반 사례는 연도별로 △2021년 158명 △2022년 185명 △2023년 196명 △2024년 197명 △2025년 10월까지 176명이 발생했는데, 이 기간 형사처분이 완료된 경우는 징역 6건, 집행유예 17건, 기소유예 25건에 그쳤다. 780건(85.5%)은 기소(수사) 중지 상태다.

최근 5년간 국내 병역기피자의 경우 61.2%가 징역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과 대조를 이룬다. 병무청은 병역의무 기피자의 인적 사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병역법 제87조·제88조에 따라 전원을 형사 고발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 2024년 7월부턴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됐다.

반면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에 대한 재외국민등록법상 외국에 90일 이상 체류할 경우 해당 지역 공관에 등록해야 한다. 다만 미등록 시엔 처벌 규정이 없어 실거주지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황 의원은 "단기 여행 명목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방식이 병역면탈의 주요 루트로 악용되고 있다"며 "해외 체류를 이유로 병역을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외교부·법무부와의 협업 강화 등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