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심근경색' 산재 승인 받았는데…의사 소견 '반전' [김대영의 노무스쿨]

입력 2025-12-08 13:00
수정 2025-12-08 13:17
A씨는 지난해 1월 이른 아침 회사에서 조립 업무를 수행하다 심정지로 쓰러졌다.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호소하다 쓰러진 뒤 응급실로 옮겨진 그는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혈전을 동반한 심한 협착 부위를 풍선으로 넓힌 뒤 스텐트(철망)를 넣어 피가 통하도록 하는 시술(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을 받았다.

진단명은 '상세불명의 급성 심근경색증'. 그는 이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재해로 같은 해 1월부터 8월까지 요양승인을 받았다. 심근경색 쓰러진 뒤 휴업급여 신청…공단은 '미지급'문제는 그 뒤 발생했다. A씨는 같은 해 3월 공단에 한 달치 휴업급여를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 측 자문의는 A씨 의무기록을 검토한 결과 "심초음파상 좌심실 기능 보존된 상태로 취업치료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일을 할 수 있는 건강 상태로 봤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공단은 실제 통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 7일 동안에 대해서만 휴업급여를 지급했다. 나머지 기간은 휴업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공단은 A씨가 불복해 제기한 심사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이후에도 5차례에 걸쳐 휴업급여를 청구했다. 공단은 매월 통원 치료를 한 4~9일간만 휴업급여를 지급하고 나머지 기간에 대해선 처음과 마찬가지로 미지급 처리했다. "주 2회 병원, 받아줄 회사 없다"…법원은 공단 '손'A씨는 결국 법원으로 향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강조했다. 응급실 후송 당시 심정지가 반복되면서 6회에 걸쳐 제세동을 받았고 병원에 도착해선 체외막산소화 장치(ECMO)·PCI 시술을 받아야 할 만큼 위중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호흡재활 치료에 이어 주 2회 이상 심장재활치료를 받은 사실도 강조하고 나섰다. A씨 측은 "심장재활의 주된 목적은 단순한 기능 회복이 아니라 재발을 방지하고 장기적인 심장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다"며 "근로자가 주 2회 이상 병원에 내원해 월 8회 이상 심장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줄 사업장이 현실적으로 없어 A씨는 근로 자체가 불가능한 '치료 전념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위중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2단독 장우영 판사는 지난달 말 A씨가 공단을 상대로 낸 휴업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장 판사는 "휴업급여가 지급되지 않은 기간 심근경색 요양으로 인해 근로를 제공할 수 없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 "건강한 일반인 정도, 취업 가능할 것으로 판단"법원은 지난해 11월 B병원에서 이뤄진 심장초음파 검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검사 결과를 보면 A씨는 심박축률이 정상으로 나타났고 좌심류 확장이나 심기능 저하 등의 소견도 관찰되지 않았다. 심장이 전체적으로 정상 회복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 운동능력검사에 관해선 "건강한 일반인 정도나 그보다 높은 정도의 운동능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부정맥·허혈도 없는 만큼 운동능력이 상당히 많이 회복됐다는 것이 판단이다.

산재보험 자문의도 이 의무기록들을 토대로 심초음파상 좌심실 기능이 보존된 상태라는 결론을 내놨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도 해당 의무기록을 검토한 뒤 "A씨의 좌심류 확장이나 심기능 저하 등의 특이할 만한 소견은 관찰되지 않고 혈압 지표 등에서 심부전에 해당하는 소견은 없어 휴업급여 청구 기간에 취업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판단을 도출했다.

장 판사는 "B병원 심장내과 전문의가 작성한 진료계획서나 같은 병원 다른 의사가 발행한 진단서엔 심장초음파 검사나 운동능력검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취업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 "실제 취업 가능하면 휴업급여 지급 못해"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근로자가 산재심사위원회 결정에 불복하면 주치의 소견을 내면서 서로 공단 자문의와 소견이 다를 수 있다"며 "공단은 보험금을 처리해야 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보려는 경향이 있고, 법원은 (산재를) 좀 더 넓게 보려고 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이달 초 항소장을 제출했다. 만약 A씨가 승소해 휴업급여를 받게 되면 하루에 평균임금의 70%를 받게 된다. 산재보험법이 업무상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에게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휴업급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다만 대법원은 2002년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정도, 현재의 상태, 치료의 방법, 치료의 빈도 등에 비춰 요양을 하느라 취업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일부 노동력의 상실은 있을지언정 실제 취업이 가능함에도 취업하지 않은 것이라면 그 기간에 대해 휴업급여를 지급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는 판단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