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는 마트 진열대의 공산품도, 박물관 진열장 속 유물도 아닌 중간적 존재다. 생활용품인 동시에 예술작품이라는 점. 공예의 매력은 이 모호함에 있다. 처음에는 사물에 가까웠던 공예 작품은 일상의 손때가 묻으면서 추억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공예 큐레이터이자 미술비평가인 홍지수의 <공예사계>는 입춘부터 대한까지 24절기 흐름에 따라 한국 현대 공예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이다.
책은 절기마다 어울리는 공예품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에는 도예가 정두섭의 ‘개구리 백자 수반’을 소개한다. 곡우(穀雨)의 주인공은 최기 작가의 ‘굴비 손잡이 목합’이다. 서해에서 조기가 잡히기 시작하는 시기, 나무 도시락에 조기 모양 손잡이를 단 이 작품은 재미있고 보기 좋을 뿐만 아니라 제철 밥상을 떠올리게 한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에는 금속공예가 서도식의 붉은 감 작품을, 겨울의 시작인 입동(立冬)에는 이미석 작가의 ‘전통 누비 백일옷’을 보여준다. 작품 설명에 우리 전통과 먹거리 이야기가 곁들여져 읽는 맛을 더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