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공지능 대신 인간지능을 말해볼까

입력 2025-12-05 16:24
수정 2025-12-05 23:59
인공지능(AI)은 ‘생각하는 동물’ 인류의 정의를 뒤흔든다. 역사상 인류는 수고로운 일을 기계에 위탁하며 발전해왔지만, AI는 생각하는 힘을 외부에 맡긴 최초의 기술이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책이 쏟아지는 것은 곧 인간의 불안이 가중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반면 최근 출간된 <인간지능의 역사>는 “인간의 고유성은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변화하는 맥락 속에서 스스로를 재발견하고 재창조하는 역동적 과정 그 자체에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고유한 능력은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하면서 유지돼왔다. (…)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의 고유성을 인공지능의 발전에 맞추어 끊임없이 조정해야 하는 변수로 놓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이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서울대에서 AI연구원 인공지능 디지털인문학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서양고전학 석사학위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고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AI 시대 인문학의 미래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책은 ‘인간다움’의 조건을 ‘깊은 맥락을 읽어내는 이해력, 이질적인 요소를 융합하는 창의력, 섬세한 윤리적 분별력,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힘’이라고 본다.

이제 인류는 AI를 인간적 사고의 대체물이 아니라 확장된 지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력할 방법을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을 피해야 할 위협이나 통제해야 할 도구로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지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탐색하는 동반자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