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안 부럽네"…대졸 신입 초봉 4500만원 '파격' [원종환의 中企줌인]

입력 2025-12-08 06:00
수정 2025-12-08 08:29

대졸 신입 직원에게 초임 연봉으로 4500만원(군필 기준)을 주는 중소기업이 있다. 2010년 세계 최초로 3.0볼트(V) 슈퍼 커패시터(슈퍼캡)를 양산한 코스닥 상장사 비나텍 얘기다.

전북 전주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임직원 평균 연령은 약 38세다. 20대의 비율도 35%가량이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MZ세대가 가고 싶은 우수 지역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11월엔 비나미래나눔재단을 세워 임직원 월 급여 실수령액의 1%를 자금으로 여러 자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파격적인 대우를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탄탄한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이 자리하고 있다. 비나택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슈퍼캡은 순간적으로 큰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 저장 장치다. 2차전지보다 에너지 저장 용량이 100분의 1 수준이지만 출력은 100배가량 높다.

전기차나 수소차의 보조 출력 장치로 쓰이거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장착돼 정전 시 데이터 백업을 위한 전력을 공급하는 등 사용처가 다양하다. 이를 기반으로 비나텍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을 발판 삼아 5년 내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만난 성도경 비나텍 대표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원으로 주목받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도 전력망 안정화를 위해선 슈퍼캡이 필수”라며 “스마트그리드나 산업기계, 초고속 충전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도 수요가 늘면서 2030년에는 열릴 슈퍼캡 시대를 비나텍이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D 거점 전주, 생산 기지 베트남으로 체계 갖춰
회사 전체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나오는 비나텍은 지난 5월 미국 연료전지 기업 블룸에너지에 AI 데이터센터용 슈퍼캡을 2027년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2023년 6월에는 커패시터 기업 수산에너솔을 인수해 제품군과 기술 역량을 강화했다.

성 대표는 “셀 단위로 팔고 있는 기존 제품을 내년 상반기부터 모듈화해 공급해 제품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며 “하반기에 자체 인쇄회로기판(PCB)과 소프트웨어 등을 장착해 슈퍼캡을 패키지 단위로 양산하면 지금보다 부가가치가 20배는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산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한 달에 3000만개의 슈퍼캡을 찍어내는 베트남의 생산 기지는 재정비에 들어갔다. 베트남 흥옌성에 약 17만 2000㎡(5만 2000평) 규모의 공장을 202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하노이 인근에 있는 기존의 세 공장을 한 곳으로 일원화해 규모가 다섯 배 가량 커질 예정이다. 모든 생산라인에 AI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면서 소형 슈퍼캡을 주로 생산하는 구조를 중대형 위주로 탈바꿈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성 대표는 “생산 라인의 온·습도와 기계의 수율 등의 데이터를 AI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본사나 고객사가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본사에서는 전주가 피지컬 AI 실증 거점이라는 점을 활용해 생산 설비에 자동화 로봇을 투입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사는 연구개발(R&D)과 시제품 생산 등을 주로 담당해 베트남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인도에도 3년 내에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게 성 대표의 목표다. 신사업 먹거리 핵심 거점 '완주'

본사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완주 공장은 회사의 또 다른 미래 먹거리인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총괄한다. 이곳에서는 현대차의 수소차에 장착되는 수소연료전지 부품인 스택에 들어가는 지지체를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지지체는 수소연료전지 내부의 백금 촉매가 떠내려가지 않게 잡아주는 일종의 뼈대 역할을 한다.

전해질막(PEM)과 전극을 결합한 막전극접합체(MEA)에 대해서도 성 대표는 “두산퓨얼셀 등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 주요 3사에 제품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며 “독일의 자동차부품 기업 보쉬와 MTU 등과 협업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탄소기술원을 연 뒤 탄소 분야에서 석학인 윤성호 전 기타큐슈대 교수를 초대 원장으로 앉혀 연구 역량을 강화했다. 현재 비나텍에서 연구개발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달한다.

성 대표는 “수소연료전지에 슈퍼캡을 결합해 연비를 개선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개발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완주에 마련한 MEA공장과 대형 슈퍼캡 공장을 연계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도 나아지고 있다. 비나텍은 올 3분기 기준 매출 594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주가도 최근 상승세로 접어들며 7만 80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성 대표는 “전북 제조업의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회사를 키워갈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전주·완주=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