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감염병혁신연합(CEPI)에 약 280억원을 지원한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예방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서다.
4일(현지시간) CEPI는 노르웨이 오슬로 본부에서 리처드 해쳇 대표와 서민정 주노르웨이 한국대사가 참여한 가운데 한국 정부의 1890만달러(약 280억원) 규모의 신규 공여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신규 공여금을 CEPI에 대한 연례 분담금 형태로 지원한다. 서 대사는 “한국 정부가 팬데믹 대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CEPI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EPI는 향후 팬데믹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질병X(미지의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대비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기구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및 민간 단체 간 협력체로 구성돼 있다. 새로운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접근 가능한 백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100일로 단축하는 ‘100일 미션’을 갖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때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에선 국산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CEPI와 협력해 여러 코로나바이러스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CEPI 누적 기여액은 7000만달러(약 1030억원)에 달한다. 단순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의 감염병 위협에 대응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CEPI는 질병관리청과도 협력하여 공중보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 및 기타 생물학적 대응수단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질병청과 국제백신연구소(IVI)는 CEPI가 구축한 감염병 및 팬데믹 백신의 표준화된 평가를 수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소 네트워크인 ‘중앙실험실 네트워크’의 일원이다.
CEPI는 앞으로도 한국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CEPI는 앞서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 바이오 서밋 2025’와 지난 9월 경북 안동에서 열린 국제백신산업포럼(IVIF)에도 참석했다. 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선도적 슈퍼컴퓨팅 기관과 협력해 한국의 감염병 대응 인공지능(AI) 허브로서의 잠재력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해쳇 대표는 “한국의 CEPI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이러한 대비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팬데믹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명확하고 시급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고 있다”며 “한국은 뛰어난 연구개발 역량과 신속한 동원 능력을 갖춰 ‘팬데믹 종식’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한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