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회장의 첫 로드맵…"HD현대 5년뒤 매출 100조원"

입력 2025-12-04 17:46
수정 2025-12-05 02:02
정기선 HD그룹 회장이 “203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취임 후 처음으로 제시했다. 조선·에너지·건설기계 등 3대 축으로 구성된 HD현대그룹 내 계열사들끼리 시너지를 극대화해 지난해 67조7656억원이던 그룹 매출을 5년 안에 1.5배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엄숙한 분위기의 그룹 전략회의
HD현대는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정 회장을 비롯해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 및 주요 경영진 32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경영전략 회의를 지난 2일부터 이틀간 열었다고 4일 발표했다.

정 회장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전략회의에선 친환경·디지털·인공지능(AI) 전환 가속화, 핵심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신성장 분야 육성 등을 골자로 향후 5년 내 그룹 매출을 10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이 논의됐다.

HD현대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67조7656억원, 영업이익 2조9832억원을 냈다. 1년 전보다 각각 10.5%, 46.8% 많아진 실적이다. 조선, 전력기기 부문에서 역대급 수주를 달성한 덕분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HD현대가 69조9221억원의 매출과 5조6497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의 호실적 전망과는 다르게 경영전략 회의는 엄숙한 분위기가 계속됐다고 한다. 조선 부문 발주량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고, 중국 등 경쟁 기업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을 경영진이 공유하면서다.

정 회장이 “지금이 우리 그룹의 변화와 도약에 매우 중요한 시기로 주력 사업들이 직면한 엄중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리더들부터 HD현대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미래를 준비해달라”고 당부한 이유다. ◇시너지 극대화로 목표 실현HD현대는 전략회의에서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최대한 내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HD현대는 조선에선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합병을 최근 완료했고, 건설기계에선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내년 1월 1일부터 HD건설기계로 통합 출범한다.

특히 글로벌 1위 상선 제조사인 HD현대중공업과 군함 등 특수선이 강한 HD현대미포조선을 합할 경우 특수선 건조 능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미포가 보유한 중소형 독을 호위함과 초계함 등 특수선 건조에 활용하고, 건조에 HD현대중공업이 나서는 식이다. HD현대는 이를 통해 현재 1조원 수준인 방산 부문 매출을 2035년까지 10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HD건설기계가 출범하면 분산됐던 영업망을 단일화하고, 중복된 모델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전략도 회의에서 공유됐다.

HD현대중공업은 넘치는 수주를 해외 야드를 통해 해결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금이 저렴한 필리핀, 베트남 등에 조성한 해외 조선소를 적극 활용해 중국에 내준 주도권을 되찾는다는 전략이다. 미래형 첨단 조선소(FOS)도 2030년 가동에 들어가 AI를 건조 현장에 도입한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최근 부진을 겪는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확대로 수익성을 강화한다고 회의에서 보고됐다. 아울러 로보틱스, 전기추진, 연료전지, 소형모듈원전(SMR) 등 미래 사업 육성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에 제시한 미래 성장 로드맵은 단순한 목표를 넘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실천 의지”라며 “내년을 기점으로 전 사업 부문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해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