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026년 조직 개편·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풀 스택 인공지능(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도약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신규 임원 37명을 선임해 차세대 리더 육성에도 힘을 실었다.
회사는 4일 "2024년, 2025년 연속으로 HBM 글로벌 1위를 유지한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해 왔다"며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글로벌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기반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직 개편은 글로벌 경쟁력 확장을 위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거점에 '글로벌 AI 리서치 센터'를 신설한다. 안현 개발총괄(CDO) 사장이 이 조직을 맡아 컴퓨팅 시스템 아키텍처 연구를 가속화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AI 리서치 센터에는 글로벌 구루(Guru)급 인재를 영입해 시스템 연구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미국 인디애나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구축도 본격화한다. 글로벌 생산 경쟁력 강화를 전담하는 '글로벌 인프라' 조직도 신설된다. 국내 이천과 청주의 생산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김춘환 담당이 이 조직을 이끈다. 글로벌 생산 체계의 일관성을 강화해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경영 환경·지정학 현안을 심층 분석하고, AI와 반도체 중심의 전략 솔루션을 제시할 '매크로 리서치 센터'도 세운다. 이곳에 글로벌 거시경제부터 개별 산업·기업 분석에 정통한 전문가를 영입해 미래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
글로벌 수준의 인텔리전스 체계를 고도화하기 위해 고객 중심 매트릭스형 조직인 '인텔리전스 허브'를 운영한다. 이 조직은 고객·기술·시장 정보를 AI 기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한다. 이를 토대로 고객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확보한다.
SK하이닉스는 HBM 1등 기술 리더십을 이어나가기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주요 HBM 고객들에 대한 신속한 기술 지원을 위해 미주 지역에 HBM 전담 기술 조직을 신설한다. 또 커스텀 HBM 시장 확대에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HBM 패키징 수율, 품질 전담 조직도 별도로 구축한다. 개발부터 양산·품질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HBM 특화 조직 체계를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37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해 차세대 리더 육성에도 속도를 냈다. 이들 가운데 70%는 주요 사업·기술 분야에서 발탁했고 기술·지원 조직에서는 80년대생 여성 임원도 배출했다. 회사는 기술기업의 성과 중심 인사 원칙을 일관되게 이어갔다고 강조했다.
중장기 성장을 이끌 미래 리더십 체계도 강화한다. 제조·기술 분야 핵심 리더 이병기 담당을 'C레벨' 핵심 임원인 '양산총괄(CPO)'로 승진시킨 것. 그는 글로벌 생산 체계 혁신을 이끌게 됐다. 수율과 품질 전문가로 꼽히는 권재순 담당과 eSSD 제품 개발을 주도한 김천성 담당도 회사의 주요 보직인 M&T 담당, 솔루션 개발 담당으로 각각 승진했다.
전사 지원 조직 기능을 통합적으로 조율하는 코퍼레이트 센터 산하 주요 임원에 김동규 담당(미래전략), 강유종 담당(구매), 진보건 담당(기업문화) 등을 선임하는 세대교체도 진행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는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