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가문의 상속인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사이에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에르메스 상속인이 보유한 주식 22조원 어치가 작년 홀연히 사라진 가운데 이 주식을 사들인 배후로 LVMH가 지목되고 있어서다.
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에르메스 가문의 상속인인 니콜라 푸에슈는 지난 5월 자신의 전 자산관리인인 에릭 프레몽과 LVMH,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다. 이후 5개월 만인 지난달 20일 첫 심리가 열렸다. 푸에슈가 보유하던 에르메스 주식 약 600만주가 자신의 동의없이 LVMH에 매각돼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내용이다.
푸에슈가 보유한 에르메스 주식은 전체 에르메스 주식의 약 5.8%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약 130억유로(약 22조2500억원)에 달한다. 푸에슈는 이 주식을 소유자의 이름이 명기되지 않은 무기명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푸에슈는 2023년 자신이 보유한 에르메스 주식을 자신의 정원사 겸 집사에게 모두 상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4년 11월 푸에슈가 보유했던 에르메스 주식이 모두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주식 증발 사건이 알려진 후 푸에슈는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던 프레몽이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프레몽은 관련 혐의를 부인했으나 지난 7월 갑자기 사망하면서 주식의 행방은 더 묘연해졌다.
LVMH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전날 LVMH는 성명서를 내고 "푸에슈의 주식을 매입하거나 소유한 적이 없다"며 "조작의 희생양이 됐다"고 했다. LVMH는 푸에슈의 주장에 대해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대응을 예고했다.
LVMH가 매수자로 지목된 배경엔 2010년대 LVMH의 에르메스 인수 시도가 있다. LVMH는 2000년부터 에르메스의 지분을 비밀리에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 에르메스 지분 14.2%를 확보하고 있다고 공개하고 이를 17%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에 에르메스는 2012년 7월 LVMH가 경영권을 노리고 내부자거래로 자사 상장주식을 몰래 취득했고, 이를 위해 주가조작도 감행하고 있다며 LVMH를 고발했다. 두 회사 분쟁에 프랑스 금융당국까지 개입하면서 결국 LVMH는 2014년 추가적인 지분 인수를 그만두고 보유했던 에르메스 지분 23%를 주주들에게 재분배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