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논문 쓴다고?"…스탠퍼드 석학의 '반전 조언' [김인엽의 퓨처 디스패치]

입력 2025-12-04 11:14
수정 2025-12-04 11:23

"2주 전 고등학교 교사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AI 부정행위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손글씨만 고집하는 교사부터 AI 대필을 허용하자는 교사까지, ‘부정행위’의 정의조차 합의되지 않았으니까요."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만난 데니스 포프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선임강사(사진)는 현재 미국 교육 현장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포프 강사는 십수 년간 학업 윤리를 연구해 온 권위자이자, 스탠퍼드에서 예비 교육자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교사’다. 교육개혁 프로그램 ‘석세스 챌린지’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연세대에서 학생들이 집단으로 AI로 시험을 친 사례처럼 AI를 이용한 부정행위는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앤스로픽은 최근 "학생들이 입력한 프롬프트의 상당수가 문답형 학습이 아닌, 과제 완성을 통째로 요청하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프 강사는 “통념과 달리 AI 등장 전후로 학생들의 부정행위 비율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12가지 항목으로 부정행위를 분류해 조사한 결과 부정행위를 한 적 있다는 응답은 예나 지금이나 60~70%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부정행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AI라는 새로운 도구로 방법이 바뀌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포프 강사에 따르면 논문 전체를 AI에 맡기는 학생은 8~10% 수준이며, 대다수는 아이디어를 얻는 보조 도구로 활용한다. 문제는 이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그는 “구글 검색에도 AI가 적용되는 등 이미 모든 영역에 기술이 스며들었다”며 “이제는 형식적인 인용 표기법(APA 스타일) 등은 AI에게 맡기고 논문의 내용과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AI를 적극 활용하게 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포프 강사는 AI탐지기로 AI 부정행위를 잡아내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시중의 어떤 탐지 도구도 완벽하지 않으며, 억울한 학생을 만드는 '오탐' 사례가 빈번하다"라고 꼬집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소통과 몰입이다. 포프 강사는 “교사가 평소 학생의 문체와 사고방식을 파악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기술적인 탐지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며 “학생이 학습 내용에 흥미를 느끼고 몰입하게 만들면, AI는 부정행위 도구가 아닌 훌륭한 ‘러닝메이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프 강사가 내다본 AI시대 인재의 핵심 역량은 '비판적 사고력'이다. 그는 “과거 블룸의 교육 목표 분류에서 최상위 단계는 ‘창의력’이었지만, 이제 창작은 AI도 할 수 있는 영역이 됐다”며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올바른지 분석하고 적용 과정을 판단하는 인간의 개입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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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