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PC·노트북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개인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소비자 메모리' 사업에서 철수한다. 소비자용 사업을 시작한 지 29년 만이다. AI용 메모리에 주력하기 위한 목적이다.
마이크론은 3일 "소비자용 메모리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의 소비자용브랜드 '크루셜'을 붙인 메모리 생산은 내년 2월까지만 진행된다. 기존 제품의 보증은 유지된다. 인력은 내부 직무 재배치를 통해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대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용 메모리반도체 생산에 집중한다. 수빗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는 "AI가 이끄는 데이터센터 성장 때문에 메모리·스토리지 수요가 급증했다"면서 "더 빠르게 성장하는 전략 고객을 지원하기 위해 소비자용 크루셜 사업을 접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의 소비자용 철수는 한정된 생산 능력을 수익성이 높은 HBM 등 AI 데이테센터용에 배정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도 최근 빅테크 등의 주문에 대응하느라 소비자용 제품 공급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메모리 제품 모듈 업체 트랜센드는 지난 2일 “한국 삼성전자와 미국 샌디스크에서 낸드플래시를 납품받지 못해 지난 한 주에만 제조 비용이 50~100% 급증했다”고 고객사들에 밝혔다. 업계에선 인공지능(AI) 산업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트랜센드는 삼성전자 등에서 반도체를 공급받아 SD카드, 플래시드라이브 등 저장 장치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트랜센드는 “4분기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업체) 수요가 늘어나자 메모리 제조사들이 이들 고객에게 납품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물량을 할당받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