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한 곰, 먹을 수도 없고"…6000마리 사체 처리에 '발칵'

입력 2025-12-04 08:56
수정 2025-12-04 09:01

올해 일본에서 사살된 곰이 60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에 육박한 가운데 지자체들은 사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 NHK와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9월 사이 구제한 곰의 수는 5983마리로, 지난해 1년간 구제한 5136마리를 이미 넘어섰다. 환경성은 인간 생활권에 출몰하는 곰의 수가 증가하면서 구제되는 수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NHK는 구제되는 곰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곰 사체의 처리가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에는 이미 곰 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이 있지만 현재 법적 기준상 ‘구제된 곰’의 사체는 식용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후쿠시마쵸의 경우 곰의 뼈와 고기 등을 약 10㎝ 정도로 얇게 잘라 지자체가 지정한 봉투에 나눠 담아 버리고 있다.

곰이 자주 출몰하는 아키타현에서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구제된 곰은 204마리에 달한다. 엽사의 사체 처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역시 곰의 출몰이 잦은 편인 홋카이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홋카이도 남부 마츠마에쵸와 후쿠시마쵸를 담당하고 있는 엽우회 마츠마에지부에는 13명의 엽사가 소속돼 있는데, 이들 중 곰 해체 기술을 익힌 이는 3명뿐이다.

NHK는 엽사 수가 점점 줄어들고 고령화하는 데다 해체 기술을 가진 이도 줄어들고 있는 탓에 곰 사체 처리는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츠시타 시로 엽우회 마츠마에지부장은 NHK에 “올해는 매일 곰을 사냥한 날도 있는 데다, 해체가 (곰 사체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일본에서 곰의 공격을 받아 13명이 사망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도토리 흉작과 곰 개체 수 증가 등의 원인으로 곰이 사람의 생활권에 나타나는 횟수가 증가하면서다. 곰 출몰 건수는 4~9월에만 2만건을 넘어섰다. 먹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곰들의 동면이 평년보다 늦어질 수도 있어, 곰 피해는 겨울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