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D램도 잡았다…"삼성, GDDR7 시장 70% 장악"

입력 2025-12-03 18:25
수정 2025-12-04 02:03
삼성전자가 게임용 그래픽카드에서 추론용 인공지능(AI) 가속기로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그래픽D램(GDDR)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큰 손’ 엔비디아 납품을 늘린 덕분에 최신 GDDR 제품인 GDDR7 점유율은 70%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GDDR7 점유율은 70%로 추산됐다. 지난해 전체 GDDR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41%로 SK하이닉스(49%)에 밀렸지만 올해 본격 열린 GDDR7 시장에서 판세를 뒤집었다. GDDR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특화된 D램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일반 D램의 중간 정도 성능을 갖춘 제품이다. 비트당 가격과 전력 소모량은 HBM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GDDR은 그동안 주로 게임용 그래픽카드에 장착됐다. 삼성전자의 GDDR7도 엔비디아가 지난 1월 출시한 RTX 5090 등 최고 사양 게임용 GPU에 들어갔다. 3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개발자 행사 ‘GTC 2025’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 GDDR7 전시품에 ‘삼성 GDDR7 최고’라는 서명을 남겨 화제가 됐다.

최근 AI 시장의 투자 키워드가 데이터 ‘학습’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추론’으로 옮겨가면서 GDDR7이 HBM을 대신해 AI 가속기에 적용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학습에선 대역폭(단위 시간당 데이터 처리 능력)을 극대화한 HBM이 필수지만 추론에선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에너지 효율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중급 AI 가속기인 RTX 프로 6000 블랙웰, 추론 전용 AI 가속기인 루빈 CPX에 삼성전자의 GDDR7을 적용하는 이유다.

GDDR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츠에 따르면 GDDR 시장은 2024년 142억달러(약 20조8500억원)에서 2033년 389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당 40기가비트(Gb) 동작 속도를 갖춘 GDDR7은 차세대 서버, 데이터센터에도 탑재되며 AI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코리아 테크 페스티벌’에서 세계 최초 12나노미터(㎚·1㎚=10억분의 1m)급 40Gbps 24Gb GDDR7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대통령상을 받은 건 11번째로 단일 기업 기준 가장 많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