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AI 거품론, 또하나의 기회일 수도

입력 2025-12-03 17:43
수정 2025-12-04 00:33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인공지능(AI) 거품론은 위기의 ‘신호’일까 아니면 실체와 동떨어진 ‘소음’일까.

판단을 위해선 최근 거품 우려를 키운 요인 네 가지를 하나씩 살펴봐야 한다. 첫째는 부채에 기반한 AI 투자 급증 우려다. 이 문제는 ‘레버리지(지렛대) 효과’ 활용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은 투하자본이익률(ROIC)이 부채 비용보다 클 때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하기 위해 부채 증대를 선택한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들, 특히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서비스업체)의 ROIC는 대략 20% 수준이다. 반면 세후 부채 비용은 조달자금의 5%에 못 미친다.

두 번째 우려 요인은 AI 기업의 ‘감가상각 과소평가’(내용 연수 과대설정)다. 여기에 대해선 지난달 엔비디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반박 코멘트가 나왔다. 엔비디아 시스템은 최초 가정했던 내용 연수를 훨씬 넘어 장기간 쓰이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세 번째는 엔비디아의 매출채권 증가인데, 매출 증가 추이와 비교할 때 비정상적 수준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마지막은 막대한 투자 규모에 비해 이익 창출이 더디다는 지적이다. 이는 AI 기술이 대규모 수익화로 가는 길목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이른 판단이다.

최근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AI산업의 장기 추세에 의구심이 커졌지만, 큰 그림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금리 인하 기대의 변화, 암호화폐 가격 조정 등 유동성 변수가 낳은 이번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 AI 거품론도 훗날 ‘지나가는 소음’이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