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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형반도체’(ASIC) 설계 기업 마벨이 실리콘 포토닉스 전문 스타트업 셀레스티얼AI를 32억5000만달러(약 4조8000억원)에 인수한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빛의 강도와 파장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로 기존 구리 배선 대비 속도가 빠르고 열이 덜 나 미래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할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접목한 AI 가속기 개발로 브로드컴 등 경쟁사를 제치고 ASIC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마벨의 승부수다. ◇전망치 웃돈 실적
마벨은 2일(현지시간) 2026회계연도 3분기(8~10월)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20억745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9%, 주당순이익(EPS)은 0.76달러로 1년 전(0.43달러)보다 76.7% 급증했다. 매출은 증권사 추정치 평균과 같았고 EPS는 컨센서스(0.75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2026회계연도 4분기(2025년 11월~2026년 1월) 실적에 대해서도 마벨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매출 가이던스(회사 공식 전망치)는 22억달러로 컨센서스(21억7000만달러)보다 많았고, EPS 전망치도 0.79달러로 컨센서스(0.77달러)보다 높았다. ◇고객 맞춤형 반도체 사업 호황마벨의 실적 개선은 고객 맞춤형 AI 가속기 개발 사업의 호황 덕분이다. AI 가속기가 포함된 데이터센터 사업부문의 3분기 매출(15억1000만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8% 급증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대형 AI 서비스 업체는 자사 맞춤형 AI 가속기 개발에 적극적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학습’에선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가속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추론’ 영역에선 맞춤형 AI 가속기를 투입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마벨은 빅테크 맞춤형 AI 가속기 개발사로 잘 알려진 브로드컴과 함께 이 시장에서 우위를 보인다. 5년 전 ASIC 사업을 시작한 마벨은 MS, 아마존 등 빅테크의 AI 가속기를 개발했다. 맷 머피 마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맞춤형 AI 가속기 사업은 전체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성장동력이 됐다”며 “2027회계연도 ASIC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IB, 마벨 목표주가 상향마벨은 이날 셀레스티얼AI 인수도 발표했다. 마벨은 실리콘 포토닉스 전문 스타트업 셀레스티얼AI를 32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고, 셀레스티얼AI가 2029년까지 누적 매출 5억달러를 달성하면 추가로 22억5000만달러 상당의 마벨 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인수는 내년 1분기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리 배선에 데이터 정보를 싣는 기존 반도체와 달리 실리콘 포토닉스는 정보를 빛에 담은 뒤 광섬유(웨이브 가이드)로 이동시킨다. 저항이 거의 없어 전송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발열과 전력 소모량도 훨씬 적다. 이런 장점을 간파한 엔비디아, AMD, 인텔 등이 적극 투자 중이다.
마벨은 고객사들이 2027년부터 AI 서버에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벨은 맞춤형 AI 가속기와 실리콘 포토닉스 서비스를 묶어 AI 서버용 ‘턴키 솔루션’으로 제공한다. 머피 CEO는 이날 로이터에 “셀레스티얼AI 대상으로 2028회계연도엔 5억달러, 2029회계연도엔 10억달러의 매출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오펜하이머는 마벨 목표주가를 115달러에서 150달러로 올렸고, TD코언도 90달러에서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