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日서 받은 돈, 원전부터 투자할 것"

입력 2025-12-03 17:33
수정 2025-12-04 01: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일본과의 무역협상을 통해 받기로 한 투자금을 우선 미국 내 원자력발전 시설 건설에 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미국 내 투자를 위해 7500억달러(한국 조선업 제외 2000억달러+일본 5500억달러) 현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자금의 투자처와 관련해 “원자력으로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에 ‘전력 발전을 위한 원자력 병기고’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러트닉 장관은 특히 “(이는) 한국과 일본이 자금을 조달하는 수백억달러 프로젝트”라며 “돈은 두 나라가 내고, 미국에서 건설하며,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5 대 5로 나누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무역협상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에 투자한 자금은 원금 회수 전까지 양국이 5 대 5로 나누고, 원금 회수 후에는 배분 비율이 1 대 9로 바뀐다.

또 그는 “우리는 1500억달러로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제안한 미국 조선업 재건 계획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지칭한 것이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내각회의에 참석한 각료들이 돌아가면서 그간 성과를 소개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빠른 속도로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95~100기가와트(GW)인 미국 원전 설비를 2050년까지 최대 400GW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여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데 한국과 일본의 투자 금액이 상당 부분 투입될 전망이다.

미국에선 벌써부터 한국과 일본이 약속한 대미 투자금을 배정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텍사스주 애머릴로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관계자가 미국 상무부에 한국이 투자하기로 한 금액 중 일부를 자신들의 원전 건설용으로 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AI 스타트업 페르미아메리카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러트닉 장관 아들들이 자금 조달과 관련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미국 정부에 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돈을 내는 주체로 한국과 일본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동맹국을 포함해 우리를 속여온 나라에 역사상 유례없는 관세를 부과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