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참여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서울 강서구에서 처음으로 집들이를 시작한다. 낮은 사업성으로 민간이 참여를 꺼린 노후 주거지에서 공공이 조합 설립부터 입주까지 5년 만에 마무리한 사업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서울 송파구와 마포구 등에서 1만 가구 규모의 가로주택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LH는 강서구 ‘덕수연립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사진)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준공돼 입주를 시작했다고 3일 밝혔다. 염창동 1763㎡에 지하 3층~지상 18층, 1개 동, 66가구 규모로 들어섰다. 일부 가구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 계층을 위한 공공임대 방식으로 공급된다. 시공은 동문건설이 맡았다.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소규모로 주거 환경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민간 재정비보다 재원 조달과 감정 평가, 건설 관리 등에서 투명성과 안정성이 확보되는 게 장점이다.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보다 공급 속도도 빠르다. 일반적인 정비사업은 조합 설립부터 준공까지 15년이 걸린다. LH 참여형 가로주택사업은 조합 설립부터 입주까지 5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번에 준공한 덕수연립도 민간이 난색을 보였던 사업지에 공공이 참여해 안정적인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2021년 조합을 설립한 뒤 5년 만에 준공까지 마무리해 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LH는 5년 내 1만 가구 이상의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당장 송파구 ‘송파석촌 가로주택사업’은 지난달 철거가 시작돼 55가구의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마포구 연남동의 ‘마포연남 가로주택사업’(82가구)도 이주가 끝나 연내 착공한다.
내년에는 착공 물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LH에 따르면 내년에는 양천구 목동(159가구)을 비롯해 광진구 자양동(129가구), 서초구 양재동(45가구) 가로주택사업이 연이어 공사를 시작한다. 서울 가로주택사업은 총 1만1069가구 규모다. 최근에는 강서구 화곡동(1929가구)과 동작구 상도동(1254가구), 관악구 난곡동(1053가구) 등 1000가구 이상 대단지도 개발을 시작했다.
LH는 사업 절차 간소화와 규제 완화 등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주민 참여를 독려해 사업 속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이상욱 LH 사장 직무대행은 “공공이 가진 투명성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신속하게 도심 정비를 이뤄내 노후 주거지 개선 및 주택 공급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