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 유준원 측, 항소심서 "브로커 공모 없었다" 집중 변론 [CEO와 법정]

입력 2025-12-03 14:30
수정 2025-12-03 14:35

불법 대출, 주가 조작 등 혐의로 기소된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사진)의 항소심 재판에서 유 대표 측은 그가 인수·합병(M&A) 전문 브로커 김모씨와 공모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변론했다.

3일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윤성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구두 변론에 나선 유 대표 측 변호인단은 유 대표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 김씨와 공모한 사실이 있었는지를 핵심 쟁점으로 삼고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미공개 중요 정보는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것을 뜻한다. 자본시장법 174조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증권 매매 등 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2020년 7월 유 대표가 김씨를 통해 미리 알게 된 상장사 ‘모다’의 인수·합병(M&A) 관련 정보를 이용한 단타 주식 매매로 1억1200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이로부터 4년 7개월 만인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과 함께 벌금 185억4900만원, 추징금 약 1억1200만원을 선고했다. 상상인 주식 시세 조종, 배임 혐의 등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유 대표 측 변호인단은 1심에서 유 대표가 김씨와 공모한 근거로 인정한 6가지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유 대표가 2016년 2월 김씨에게 주식 매수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5억 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고, 주식 매도에 따른 수익금을 김씨에게 나눠준 것을 공모의 증거로 봤다.

그러나 유 대표 측 변호인단은 “유 대표는 김씨의 중개로 상상인그룹을 인수하게 된 데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김씨가 처지가 곤궁한 상태에서 일임매매를 간곡히 요청했고, 인간적으로 거절하기 어려워 자금을 보내준 것이지 공모를 전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유 대표가 주담대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는 부분과 관련, “수시로 입출금해 온 70억 원 한도 마이너스 계좌에 있던 돈을 꺼내 줬던 것일 뿐이다. 유 대표는 당시 주담대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고, 검찰에서 왜곡해 주장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김씨에게 건넨 돈 5억원 중 4억원을 잔고가 930만원에 불과한 NH투자증권 계좌로 이체한 뒤 여기 있던 자금을 김씨와 나눈 것이 1심 판결에서 공모의 증거로 적시된 데 대해서도 “일임매매 관계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수익 배분으로, 공모의 근거가 될 순 없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변호인단은 유 대표가 김씨와 서로 다른 시점에 모다 주식을 매도한 점, 한국거래소의 최대주주지분매각설 조회 공시 요구에 대한 모다 측의 답변 공시가 나오기 전 보유 주식 전량을 처분한 점,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공모 증거가 없어 사실상 무혐의로 판단한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변호인단은 “공모와 반대되는 다수의 사정이 존재함에도 1심 법원은 이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대한 판단이 달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금융그룹을 운영하는 사람이 (그룹 규모에 비하면) 소액인 1억원 내외의 이익을 얻으려 자신의 사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을 감수하고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에 가담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유 대표는 공판에 출석했으나 직접 발언하진 않았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8일로 예정된 속행 공판에서 유 대표 측이 신청한 증인에 대한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2월 정기 법관 인사 전 항소심 선고가 날지는 미지수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