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럽은 내부 균열이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재정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군비 부담은 늘고 복지는 줄이지 못해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26 세계대전망>에서 내년 유럽이 경제·안보·기후 측면에서 ‘삼중고’를 감당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유로존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다. 올해(0.8%)보다 높지만 소폭 회복된 수준이다.
유럽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이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는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었다. 코로나19 때 늘어난 부채와 보조금 등으로 이미 재정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은 러시아 위협에 맞서 군사력 증강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회원국에 GDP의 3.5%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을 요구했다. 유럽은 내년에 냉전 이후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노미스트는 군비 마련 방안을 두고 유럽 내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정적자를 해결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 복지 지출을 줄이지 못하고 증세도 어려워하고 있다. 내년에는 ‘재정 딜레마’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지원도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미국은 사실상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했다. 한정된 자원으로 자국 재무장을 추진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재건을 도와야 하는 게 유럽의 과제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